쓰레기봉투 속에서
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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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1.09 23:19
저자 : 강해림
시집명 :
출판(발표)연도 :
출판사 :
쓰레기봉투 속에서
강해림
버리면, 그냥 버려지는 것들일진데
재생 가능한 것과 불가능한 것들 사이
길은 얼마나 멀까
세상에 태어나
한몫할 거라고 아귀다툼 벌이던 깨끗한 몸들이
이 속에 와서야 그 얼굴이 그 얼굴이네
행여 옆구리가 터지면 어쩌나
덤프 트럭의
무서운 괴력을 흉내내며 달리던 길들이
일그러지고 찌그러진 얼굴로
한통속이 되어 서로 엉켜붙어 있었네
플라스틱 같은 모조된 얼굴로
한 번 왔던 길
눈감고도 찾아가듯
아픔없이 재생되는 상처를 보신 적이 있는지
버리면, 그냥 무심코 버려지는
손톱 같은 시를 생각했네
주둥이를 꽁꽁 묶인 채
저 변방으로 버려질 내 안의 문장들
모든 의심과 오류와
헛된 망상의 냄새와 더불어 즐겁게 썩어가기를,
그리하여 세상의 온갖 이름없는
불화와도 만나 화해하기를
그날엔
누군가 지독한 부패의 향기를 맡으며
뚜벅뚜벅 지나갈 것이네
강해림
버리면, 그냥 버려지는 것들일진데
재생 가능한 것과 불가능한 것들 사이
길은 얼마나 멀까
세상에 태어나
한몫할 거라고 아귀다툼 벌이던 깨끗한 몸들이
이 속에 와서야 그 얼굴이 그 얼굴이네
행여 옆구리가 터지면 어쩌나
덤프 트럭의
무서운 괴력을 흉내내며 달리던 길들이
일그러지고 찌그러진 얼굴로
한통속이 되어 서로 엉켜붙어 있었네
플라스틱 같은 모조된 얼굴로
한 번 왔던 길
눈감고도 찾아가듯
아픔없이 재생되는 상처를 보신 적이 있는지
버리면, 그냥 무심코 버려지는
손톱 같은 시를 생각했네
주둥이를 꽁꽁 묶인 채
저 변방으로 버려질 내 안의 문장들
모든 의심과 오류와
헛된 망상의 냄새와 더불어 즐겁게 썩어가기를,
그리하여 세상의 온갖 이름없는
불화와도 만나 화해하기를
그날엔
누군가 지독한 부패의 향기를 맡으며
뚜벅뚜벅 지나갈 것이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