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운탕, 저 물고기의 길
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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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1.09 23:21
저자 : 강해림
시집명 :
출판(발표)연도 :
출판사 :
매운탕, 저 물고기의 길
강해림
산다는 게 뭐 별거던가 한 영혼의 지붕 아래 이리 징한 가슴 나누며 익어가는 거지 세상만사 궂은 일 좋은 일, 갖은 양념 풀어헤치고 냄비는 가쁜 숨 폭폭 몰아쉬며 끓고 있다 늦은 저녁 당신의 귀가길 불빛이 하나 둘 그렁그렁 익어가고 방금 막 도마 위에서 잘려나간 동해바다 파도가 끓는다 냄비는 뜨거워질수록 온몸으로 비린내를 확인한다 그대 혀 끝에서 놀아나지 않는 슬픈 미각을 위하여, 대가리는 대가리대로 동강난 채 꿈꾸는 저 물고기의 길
그래, 원한다면 무간지옥 펄펄 끓는 물 속이 아니라 저 빙하기 얼음장 밑인들 붉은 지느러미 퍼득이며 헤엄쳐가지 못하랴 살과 뼈, 그리고 내장 속까지 뭉개지고 해체되어 건져질 한 점 깨끗한 영혼이라면, 삶의 담보물 없이 어찌 너와 내가 빙점을 꿈꿀 수 있으며, 한세상 이리 얼큰하게 엉켜질 수 있겠느냐?
강해림
산다는 게 뭐 별거던가 한 영혼의 지붕 아래 이리 징한 가슴 나누며 익어가는 거지 세상만사 궂은 일 좋은 일, 갖은 양념 풀어헤치고 냄비는 가쁜 숨 폭폭 몰아쉬며 끓고 있다 늦은 저녁 당신의 귀가길 불빛이 하나 둘 그렁그렁 익어가고 방금 막 도마 위에서 잘려나간 동해바다 파도가 끓는다 냄비는 뜨거워질수록 온몸으로 비린내를 확인한다 그대 혀 끝에서 놀아나지 않는 슬픈 미각을 위하여, 대가리는 대가리대로 동강난 채 꿈꾸는 저 물고기의 길
그래, 원한다면 무간지옥 펄펄 끓는 물 속이 아니라 저 빙하기 얼음장 밑인들 붉은 지느러미 퍼득이며 헤엄쳐가지 못하랴 살과 뼈, 그리고 내장 속까지 뭉개지고 해체되어 건져질 한 점 깨끗한 영혼이라면, 삶의 담보물 없이 어찌 너와 내가 빙점을 꿈꿀 수 있으며, 한세상 이리 얼큰하게 엉켜질 수 있겠느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