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주구천동
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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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1.09 23:22
저자 : 강해림
시집명 :
출판(발표)연도 :
출판사 :
무주구천동
강해림
내 가는 길이 길이거니, 첩첩산중 마음이 내어준 구불텅한 길 따라 가을 숲길을 걸었습니다 스쳐지날 때마다 산죽(山竹)은 물결소리를 냅니다 혹 잘못 들어선 길은 아닌지, 염(念)도 행려도 물소리에 실려가고 어디론가 가야겠는데 저 반쯤 채색한 시간이 풀어내는 그늘 속에서 잠시 서 있었습니다 왜 산은 저 잡목들 무수히 방목하고도 품안에 든 가파름 하나로 화엄에 들지 못하고 메아리만 키우는지, 숲속의 길들은 모두 산정으로만 닿아 있는지 내 의문 속 뒹구는 도토리들 도란도란 저희들끼리 다정합니다 나무들 비탈에 서서 다시 신열에 뜨고, 단 한번도 제 의지대로 타오르지 못한 내 마음 골짜기 돌멩이 하나 구르는 소리
하산을 서둘러야겠는데 저 절정의 붉은 고요, 능선 너머로 마음은 자꾸만 넘어가자 합니다
강해림
내 가는 길이 길이거니, 첩첩산중 마음이 내어준 구불텅한 길 따라 가을 숲길을 걸었습니다 스쳐지날 때마다 산죽(山竹)은 물결소리를 냅니다 혹 잘못 들어선 길은 아닌지, 염(念)도 행려도 물소리에 실려가고 어디론가 가야겠는데 저 반쯤 채색한 시간이 풀어내는 그늘 속에서 잠시 서 있었습니다 왜 산은 저 잡목들 무수히 방목하고도 품안에 든 가파름 하나로 화엄에 들지 못하고 메아리만 키우는지, 숲속의 길들은 모두 산정으로만 닿아 있는지 내 의문 속 뒹구는 도토리들 도란도란 저희들끼리 다정합니다 나무들 비탈에 서서 다시 신열에 뜨고, 단 한번도 제 의지대로 타오르지 못한 내 마음 골짜기 돌멩이 하나 구르는 소리
하산을 서둘러야겠는데 저 절정의 붉은 고요, 능선 너머로 마음은 자꾸만 넘어가자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