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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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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0 994
저자 : 강해림     시집명 :
출판(발표)연도 :     출판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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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해림


 불안의 눈동자 굴리며 태양이, 무거운 발걸음 옮길 때마다 함부로 자란 잡풀들 포복시키며 훅, 뜨거운 바람이 불고 있어 철원평원 가로질러 날아온 새 한 마리 천천히 이동하며 사라져간 북녘하늘 꿈속에서도 이 악물고 무너져내리는 마음, 분계선 너머 무릎을 꿇고 기어서라도 가야 한다면…… 두 눈 부릅뜬 채 죽은 것들, 쓰러진 고사목 등껍질을 타고 말라붙은 햇살 선혈이 너무 선명해
 
 싸늘한 총신을 겨누고 죽은 듯 고요한 늪 아슬아슬 떠 있는 것들…… 소금쟁이처럼 털끝 하나 적시지 않고 건너가야 한다면…… 무거운 공기의 입자가 되어 떠다니는 지뢰의 눈, 경계를 늦추어선 안돼 지상의 모든 인기척이 사라지고 일찍이 진화를 멈춘 것들 순결을 묻은 최초의 땅 길섶, 두메취 마타리 선앵초 바람꽃…… 키 작은 야생화들 저 평화의 얼굴을 한 것들 숨소리 속에는 왜 늘 향긋한 피냄새가 나는지

 녹슨 철조망에 찢긴 밤이 찾아오고
 머리가 증발하고, 야생의 혓바닥 이끼가 돋아나고 있어
 먹고 먹히는 천적은 이미 내 안에 있었던 것
 들끓을수록 고요한
 밤, 피묻은 총구가 노려보는 세상에 없는 길
 오오, 헛된 아름다움
 발이…… 빠져 나오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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