껌씹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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껌씹기

가을 0 1319
저자 : 강해림     시집명 :
출판(발표)연도 :     출판사 :
껌씹기 

강해림
 

 개정판 국어사전을 찾다가 껌을 씹는다 천천히 아무 저항없이 씹히는 껌은, 단물이 다 빠져나간 뒤부터는 껌이 나를 씹는다 무엇이든 오래 질겅거리며 씹고 탐닉하다보면 말랑말랑해지고 어느 순간 카오스의 붉은 혀가 찾아든다
  늦은 밤, 희미한 불빛 아래 야간작업 하던 나는 톱니바퀴가 되어 돌아간다 한 봉지의 쌀과 석유와 맞바꾼 가난한 영혼은 어느덧 기름냄새가 나고, 자꾸만 달라붙는 잠과 피로도 육체를 녹슬게 할 순 없었던 것
  하루를 저당잡히고, 사과맛 박하맛 톡톡 쏘는 오렌지맛…… 인생이란 장미빛 향기를 찾아 떠난 발걸음들이 보도블록 붙은 껌을 밟으며 돌아온다
  썰물처럼 단물이 다 빠져나간 뒤 껌씹기는 이빨이 썩을 염려가 없으므로 안전하고, 후우 풍선껌을 불어날리듯 그가 제공한 짧은 공상도 끝나갈 무렵 껌.껌껌나라.껌정.껌둥이…… 사전 속의 껌은 온통 껌정 투성이다 시간의 검은 활자들이 걸어나와 다시 개정판을 찍을 수 없는 나를 읽다 가고, 사전을 덮자 휴지통 속으로 그가 나를 뱉는다
  검은 길 위에서, 껌을 뱉기는 쉬워도 자꾸만 달라붙는 나를 떼어내기란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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