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선 화암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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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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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선 화암에서

가을 0 1622
저자 : 황동규     시집명 :
출판(발표)연도 : 2005     출판사 :
정선 화암에서

황동규

 
너무 많은 소리로 고요하여
오늘 밤 쉽게 잠들지는 못할 것이다.
풀벌레들이 쉬지 않고 울고
밤새들이 잠깐씩 끊어 계속 노래하고
바람은 물굽이에서 가끔 짐승 소리를 내고
달은 가다 걸음을 멈출 것이다.
누군가 안에서 속삭인다.
‘네 삶의 모든 것, 고요 속의 바스락처럼
바스러지고 있다.
자, 들리지?
허나 후회는 말라.
부서짐은 앞서 무언가 만들었다는 게 아니겠는가?’
환한 달빛 속에서 화암 뼝대들이 대신 화답한다.
‘만든 것은 결국 안 만든 것으로 완성된다 
꽃이 지며 자기 생을 완성하듯이.
때로 우리도 가슴 언저리를 내놓아
애써 만든 상(像)을 부서트린다.
허나 부서진 곳 떨어져나가면 또 새로운 상,
쉬지 않고 쉴 곳 세상 어느 구석에도 없고,
(나를 향해 가슴 약간씩을 돌리며)
아 그대 안에 내장되어 있다.’
나는 간신히 말한다, ‘달을 그만 가게 하자.’
언제부터인가 올빼미가 혼자 울고 있고
여울을 건너며 달이
잔물결에 깔았던 은비늘을 쓸어 담는 기척을 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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