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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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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특한 책

poemlove 0 1441
저자 : 김응교     시집명 :
출판(발표)연도 : 2005     출판사 :
독특한 책

            김응교


밥 기다리며

줄 서 있는 수백명의 장편소설들
수백명 먹을 카레를 끓이며 솥에 안치는 손길을 읽는다
초록하늘 거울 삼아
가위질 하는 이발사의 휘파람을 읽는다
위장약 피부약 감기약만으로
무료병원 개원하는 의사의 눈길을 읽는다
내가 오늘 잠깐 만난 책은
마더 테레사 시늉은 낼 수 없어
가끔 과감히 큰 돈 내미는 지갑이다
내가 오늘 한참 읽은 책은
열에 서서 차례를 기다리던 싸구려 인생이
경비원 일자리 얻어
국밥 퍼주는 인생으로 바뀐
대역전 장편소설이다
라고 말하는데 솔직히 나는
조금 지쳤다
하루를 다 날리고
냄새 나는 손에 병균 묻어 온 것 같다
솔직히 이 광야 서재를 잊지 못하는 이유는
가장 독특한 책,
소금인 적도 없고
빛인 적도 없던 나를
밑줄 치며 읽을 수 있기 때문이다.


- 계간 문학동네2005년 가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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