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 속에서 숲을 찾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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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 속에서 숲을 찾다

가을 0 1160
저자 : 강순-     시집명 :
출판(발표)연도 : 1998     출판사 :
숲 속에서 숲을 찾다

                      강  순


PC 파워를 누른다
마음 속으로 가는 길에는 항상 검문소가 있다
ID : 오늘, 지금 이 순간
비밀번호 : 아주 가볍게
검문을 무사히 통과한다
검색 : 숲
잠시 기다린다
당신은 숲을 찾고 있군요 숲은 나무들로만 이루어진 게 아닙니다 여러 인간상들이 모여 거대한 인간숲을 이루고 그 위로 솟아오르는 빌딩숲, 그 속에서 우글거리는 욕망의 숲, 그 아래로 매일매일 떨어져 내리는 절망의 숲……우울의 숲, 희망의 숲, 슬픔의 숲, 진짜 숲, 가짜 숲, 매일매일 짓누르는 허무의 숲 등등……
‘진짜 숲’으로 마우스를 이동하고 클릭한다
진짜 숲은 아름답고 순수하고 고귀한 영혼들의 숲입니다 누구나 들어올 수 있고 누구나 탈퇴할 수 있습니다. 단, 항상 존재하는 것이 아니며 눈으로 볼 수도 없습니다 당신이 원한다면 당신의 영혼을 비추는 거울을 마련해야 합니다
‘우울의 숲’을 클릭한다
우울의 숲은 지금 당신이 들어가 있는 숲입니다 아주 노오란 숲 속으로 당신은 무작정 걸어가고 있습니다 너무 오래 있으면 정신 건강을 해치니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그만 숲속을 빠져 나오기로 한다
지금까지의 내용을 저장하시겠습니까?
아니오
<오늘, 지금 이 순간>이 <아주 가볍게> 사라져 버린다


                    -1998년 12월호 <현대문학> 등단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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