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아직도 흐르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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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아직도 흐르는가

가을 0 1046
저자 : 강순-     시집명 :
출판(발표)연도 : 1999     출판사 :
나는 아직도 흐르는가

                          강  순


  제1막
  새벽 두시에 낙타가 와요. <실크로드> 를 들으면 낙타를 탄 아랍 왕자가 와요. 건조하고 고된 모래사막같은 기억 속을 지나 와요. 나는 그대를 기다리는 와디(wadi). 목마른 그대가 외로운 내 안으로 걸어 와요. 왼쪽 가슴에 설레임을 달고 와요. 목마른 그대는 손바닥 가득 나를 안고 외로운 나를 마셔요. 플룻이 모래 위를 내달려요. 우리는 새벽 두시 속으로 끝도 없이 내달려요. 내 기슭에서 푸르른 황홀을 연주해요.

  제2막
  달싹이는 와디(wadi) 오른쪽엔 슬픔을 펄럭이는 그림자

  터번을 두른 왕자는 바삐 옷을 추스리고

  신기루 일어서는 언덕에 올라 손을 흔든다.

  그대가 찾아가는 세상엔 무엇이 살까?

  영원한 시간이 아름답게 살까?

  짧은 모래의 여정

  목이 말라, 눈물이 말라

  서쪽으로 서쪽으로 시간은 흐르고

  제3막
  낙타가 두시를 지나 새벽으로 달아 나. 왕자를 태우고 8분의 2박자로 달아 나. 기억 속으로 기억 밖으로 플룻이 가늘게 울어. 푸르른 내 몸이 말라. 내 기슭에서 햇살이 눈부시게 울어. 이해할 수 없는 언어들이 나를 마시고 그냥 지나쳐 가. 나는 꿈 밖으로 서서히 말라 가. 플룻이 비틀거리다 쓰러져. 나는 꿈 속 가득 황홀한 슬픔을 뿌리고 냉장고로 걸어 가. 왕자를 부르다 목이 말라 목이 말라.

-계간 <다층> 1999년 여름호 “90년대 시인 7인선”에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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