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그 유혹
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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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3.15 17:47
저자 : 강순-
시집명 :
출판(발표)연도 : 1998
출판사 :
8월, 그 유혹
강 순
하얀 백지에
‘그냥 담쟁이덩굴이 있다’라고 쓴다
그리고 ‘그냥 한 여자가 담쟁이덩굴 앞에 서 있다’라고 쓴다
그리고 8월의 햇살이 쏟아져 내리는 한낮
그냥 담쟁이덩굴 속에
‘그냥 고개를 조금 젖히고 있다’라고 쓴다
자꾸만 담쟁이덩굴은 종이 밖으로 가지를 뻗어나가고
그 때마다 이파리에선 노오란 햇살이 빈혈처럼 흩날리고
백지 속의 그녀는 고개를 어느 방향으로 돌릴까 잠시 생각한다
담쟁이덩굴은 어느덧 내 뇌수의 들판으로 줄기를 뻗고
그냥 담쟁이덩굴을 바라본다
그냥 담쟁이덩굴 앞에 서 있는 그녀를 바라본다
그냥 담쟁이덩굴 위로 날리는 8월의 햇살을 바라본다
그냥 8월의 햇살에 걸려 죽어 가는 영혼을 바라본다
-1998년 12월 <현대문학> 등단 작품
강 순
하얀 백지에
‘그냥 담쟁이덩굴이 있다’라고 쓴다
그리고 ‘그냥 한 여자가 담쟁이덩굴 앞에 서 있다’라고 쓴다
그리고 8월의 햇살이 쏟아져 내리는 한낮
그냥 담쟁이덩굴 속에
‘그냥 고개를 조금 젖히고 있다’라고 쓴다
자꾸만 담쟁이덩굴은 종이 밖으로 가지를 뻗어나가고
그 때마다 이파리에선 노오란 햇살이 빈혈처럼 흩날리고
백지 속의 그녀는 고개를 어느 방향으로 돌릴까 잠시 생각한다
담쟁이덩굴은 어느덧 내 뇌수의 들판으로 줄기를 뻗고
그냥 담쟁이덩굴을 바라본다
그냥 담쟁이덩굴 앞에 서 있는 그녀를 바라본다
그냥 담쟁이덩굴 위로 날리는 8월의 햇살을 바라본다
그냥 8월의 햇살에 걸려 죽어 가는 영혼을 바라본다
-1998년 12월 <현대문학> 등단 작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