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
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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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3.16 20:19
저자 : 신기섭1
시집명 :
출판(발표)연도 :
출판사 :
추억
신 기 섭
봄날의 마당, 할머니의 화분 속 꽃을 본다
꽃은, 산소호흡기 거두고 헐떡이던
할머니와 닮았다 마른 강바닥의 물고기처럼
파닥파닥 헐떡이는 몸의 소리
점점 크게 들려오더니 활짝
입이 벌어지더니 목숨을 터뜨린 꽃,
향기를 내지른다 할머니의 입속같이
하얀 꽃, 숨쉬지 않고 향기만으로 살아 있다
내 콧속으로 밀려오는 향기, 귀신처럼
몸속으로 들어온다 추억이란 이런 것.
내 몸속으로 떠도는 향기, 피가 돌고
뼈와 살이 붙는 향기, 할머니의 몸이
내 몸속엣 천천히 숨쉰다
빨랫줄 잡고 변소에 갈 때처럼
절뚝절뚝 할머니의 몸이 움직인다
내 가슴속을 밟으며 환하게 웃는다
지금은 따뜻한 봄날이므로
아프지 않다고, 다 나았다고
힘을 쓰다 그만 할머니는 또
똥을 싼다 지금 내 가슴 가득
흘러넘치더니 구석구석
번지더니 몸 바깥으로 터져 나오는
추억, 향기로운 나무껍질처럼
내 몸을 감싸고, 따뜻하다
신 기 섭
봄날의 마당, 할머니의 화분 속 꽃을 본다
꽃은, 산소호흡기 거두고 헐떡이던
할머니와 닮았다 마른 강바닥의 물고기처럼
파닥파닥 헐떡이는 몸의 소리
점점 크게 들려오더니 활짝
입이 벌어지더니 목숨을 터뜨린 꽃,
향기를 내지른다 할머니의 입속같이
하얀 꽃, 숨쉬지 않고 향기만으로 살아 있다
내 콧속으로 밀려오는 향기, 귀신처럼
몸속으로 들어온다 추억이란 이런 것.
내 몸속으로 떠도는 향기, 피가 돌고
뼈와 살이 붙는 향기, 할머니의 몸이
내 몸속엣 천천히 숨쉰다
빨랫줄 잡고 변소에 갈 때처럼
절뚝절뚝 할머니의 몸이 움직인다
내 가슴속을 밟으며 환하게 웃는다
지금은 따뜻한 봄날이므로
아프지 않다고, 다 나았다고
힘을 쓰다 그만 할머니는 또
똥을 싼다 지금 내 가슴 가득
흘러넘치더니 구석구석
번지더니 몸 바깥으로 터져 나오는
추억, 향기로운 나무껍질처럼
내 몸을 감싸고, 따뜻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