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개의 개안
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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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3.19 19:46
저자 : 마종하
시집명 :
출판(발표)연도 :
출판사 :
안개의 개안
마종하
적십자병원에서 개안 수술을 받았다.
눈에 늘 안개가 끼어 있는 백내장.
흐리게 떠돌던 팔 다리 묶인 채, 혈안이 되어
인제 세상 더 볼 것 없다는 말인지.
안개 속에서 아버지는 잠적했으며
안개 끝에서 어머니마저 잃었다.
그리하여 나도 결국 안개가 되었으며
눈 시린 아내는 말할 것 없고
안개 낀 나를 따라, 두 딸과 한 아들도
안개 속에서 허망하고 뼈저린 삶.
딸들에겐 선명한 안개꽃을,
아들에겐 안개 터는 날개를.
안개의 자본주의를 헤집어나가야 한다.
안개의 사회주의는 안개를 털어야 하는 것이다.
개안의 의미를 나는 믿지 않으며,
개안의 의미를 나는 믿는다.
백내장 수술 후 눈은 새로 열렸으며
나는 다시 이 지상을 보게 되었다.
세상과 나는 변함없이 변하였으며,
새로 피는 안개꽃은 안개가 아니라는 것과
안개 걷은 집, 안개 터는 나무,
그들로 인하여 나도 다시 보였다.
마종하
적십자병원에서 개안 수술을 받았다.
눈에 늘 안개가 끼어 있는 백내장.
흐리게 떠돌던 팔 다리 묶인 채, 혈안이 되어
인제 세상 더 볼 것 없다는 말인지.
안개 속에서 아버지는 잠적했으며
안개 끝에서 어머니마저 잃었다.
그리하여 나도 결국 안개가 되었으며
눈 시린 아내는 말할 것 없고
안개 낀 나를 따라, 두 딸과 한 아들도
안개 속에서 허망하고 뼈저린 삶.
딸들에겐 선명한 안개꽃을,
아들에겐 안개 터는 날개를.
안개의 자본주의를 헤집어나가야 한다.
안개의 사회주의는 안개를 털어야 하는 것이다.
개안의 의미를 나는 믿지 않으며,
개안의 의미를 나는 믿는다.
백내장 수술 후 눈은 새로 열렸으며
나는 다시 이 지상을 보게 되었다.
세상과 나는 변함없이 변하였으며,
새로 피는 안개꽃은 안개가 아니라는 것과
안개 걷은 집, 안개 터는 나무,
그들로 인하여 나도 다시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