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개의 개안

홈 > 시 백과 > 시인의 시
시인의 시
 
* 특정 종교나 정치.사상, 이념에 치우친 작품과 다수 회원이 삭제를 요청하는 글은 양해없이 삭제되거나 개인게시판으로 옮겨집니다.
* 저자난에는 이름만 사용해야 하며, 별명이나 아호 등을 사용해 등록자 이름과 저자(시인)의 이름이 달라지면 검색이 되지 않습니다.
* 모두를 위하여 한 번에 많은 작품을 연속해서 올리는 것은 지양하시길 부탁드립니다.
* 목록의 등록자 이름에 마우스를 놓고 클릭하시면 해당 등록자가 올린 작품을 한번에 조회할 수 있습니다. 
* 검색시에는 리스트 하단 <다음검색>버튼으로 나머지 검색 결과도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안개의 개안

가을 0 909
저자 : 마종하     시집명 :
출판(발표)연도 :     출판사 :
안개의 개안
 
마종하


적십자병원에서 개안 수술을 받았다.
눈에 늘 안개가 끼어 있는 백내장.
흐리게 떠돌던 팔 다리 묶인 채, 혈안이 되어
인제 세상 더 볼 것 없다는 말인지.
안개 속에서 아버지는 잠적했으며
안개 끝에서 어머니마저 잃었다.
그리하여 나도 결국 안개가 되었으며
눈 시린 아내는 말할 것 없고
안개 낀 나를 따라, 두 딸과 한 아들도
안개 속에서 허망하고 뼈저린 삶.
딸들에겐 선명한 안개꽃을,
아들에겐 안개 터는 날개를.
안개의 자본주의를 헤집어나가야 한다.
안개의 사회주의는 안개를 털어야 하는 것이다.
개안의 의미를 나는 믿지 않으며,
개안의 의미를 나는 믿는다.
백내장 수술 후 눈은 새로 열렸으며
나는 다시 이 지상을 보게 되었다.
세상과 나는 변함없이 변하였으며,
새로 피는 안개꽃은 안개가 아니라는 것과
안개 걷은 집, 안개 터는 나무,
그들로 인하여 나도 다시 보였다.
0 Comments
제목 저자(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