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예의 시 2
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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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3.19 19:53
저자 : 마종하
시집명 :
출판(발표)연도 :
출판사 :
노예의 시 2
마종하
취하지 않는다.
있는 힘을 다하여 잔을 쳐든다.
흰 팔이 어둠 속에서
굽혔다 폈다 하며 바람을 풍기며
떠나라. 떠나라.
가늘게 외친다.
이 둥그렇게 열린 저녁에
도피뿐인 자유를
몇 권의 낡은 책을
가방에 집어 넣고
집을 옮긴다. 어둠 속에서
떨어지는 땀은 깊이 빛나고
젖은 셔츠로 얼굴을 문지를 때
바람은 붕긋붕긋, 열린 가슴으로
곱추의 비가를 부르게 한다.
나는 드디어 도달한다.
하수구에는 구겨진 달빛
찢긴 하늘엔 박쥐의 날개.
옛 낡은 집은 기다리고 있어,
먼지를 털면 빛날 것이다.
어두운 지하실의
커튼은 흔들리고
버린 장신구와 구두
저 낡은 악기는 나의 것이다.
오, 나를 끌고가 다오.
나는 일찌기, 저 지하실의 창을 부수던
바람의 높은 음을 알고 있으니.
마종하
취하지 않는다.
있는 힘을 다하여 잔을 쳐든다.
흰 팔이 어둠 속에서
굽혔다 폈다 하며 바람을 풍기며
떠나라. 떠나라.
가늘게 외친다.
이 둥그렇게 열린 저녁에
도피뿐인 자유를
몇 권의 낡은 책을
가방에 집어 넣고
집을 옮긴다. 어둠 속에서
떨어지는 땀은 깊이 빛나고
젖은 셔츠로 얼굴을 문지를 때
바람은 붕긋붕긋, 열린 가슴으로
곱추의 비가를 부르게 한다.
나는 드디어 도달한다.
하수구에는 구겨진 달빛
찢긴 하늘엔 박쥐의 날개.
옛 낡은 집은 기다리고 있어,
먼지를 털면 빛날 것이다.
어두운 지하실의
커튼은 흔들리고
버린 장신구와 구두
저 낡은 악기는 나의 것이다.
오, 나를 끌고가 다오.
나는 일찌기, 저 지하실의 창을 부수던
바람의 높은 음을 알고 있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