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처럼 숨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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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처럼 숨어

가을 0 1127
저자 : 강지산     시집명 :
출판(발표)연도 : 2003     출판사 :
꽃처럼 숨어

강 지 산


봉긋이 내민 연분홍 꽃들은 온몸을 휩싸는
바람에 속살을 강탈당하고, 투명하게 흐르는
강물에 몸을 던져 자살을 하고 말았다
꽃들이 자살한 강가에는 절규하는 몸짓이 난무하고
하늘마저 땅으로 내려와 물과 해와 달과 꽃을 끌어안고
끝이 없는 바닥으로 숨가쁘게 가라앉고 있다
핏줄들이 흥건하게 날개를 퍼덕이며 시간 가득 넘쳐나면,
산 의 그림자들이 제 스스로 깊고 깊은 수면에 빠져들면
꽃들은 꽃잎 속에서 바람을 헤치며 서러운 눈물을 삼켰다
밤새워 시달리던 이상과 현실사이에서 치욕을 느끼고
내가 하늘에게 고백성사를 하는 동안 꽃들의 행진이 끝나고
세상은 온통 쓸모 없는 소식들로 분분하게 넘쳐났다
바람이 분다
꽃들이 자살한 절규가 들려온다
까무러치는 빌딩의 웃음소리가 잦아들면,
꽃처럼 숨어 들어가는 길목 저만치 서면
수줍어 고개 숙인 산과 산들이 옹기종기 모여있다
누군가 오늘밤도 목숨을 잃을 것이다
난자와 정자의 싸움은 지금부터 시작이다

경계는 누가 그어놓은 선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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