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낭만에 대하여

홈 > 시 백과 > 시인의 시
시인의 시
 
* 특정 종교나 정치.사상, 이념에 치우친 작품과 다수 회원이 삭제를 요청하는 글은 양해없이 삭제되거나 개인게시판으로 옮겨집니다.
* 저자난에는 이름만 사용해야 하며, 별명이나 아호 등을 사용해 등록자 이름과 저자(시인)의 이름이 달라지면 검색이 되지 않습니다.
* 모두를 위하여 한 번에 많은 작품을 연속해서 올리는 것은 지양하시길 부탁드립니다.
* 목록의 등록자 이름에 마우스를 놓고 클릭하시면 해당 등록자가 올린 작품을 한번에 조회할 수 있습니다. 
* 검색시에는 리스트 하단 <다음검색>버튼으로 나머지 검색 결과도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길, 낭만에 대하여

가을 0 1192
저자 : 고경숙     시집명 :
출판(발표)연도 : 2005     출판사 :
길, 낭만에 대하여

                  고 경 숙   


우시장(牛市場)에서 극장까지 가는 길은
영화처럼 슬펐어요

새벽이면 안개 덜 걷힌 길을
고삐 잡힌 소들 걸어와
입 꾹 다물고 외지로 나갈 트럭만
물끄러미 바라보던 그 길,
영물이라 제 운명을 안다더니만
철든 녀석들이 흘린 퉁방울 같은 눈알들
툭툭 발에 채이는 신작로엔
그래서 늘 자갈투성이었죠

용각산 같은 먼지가 노을에 묻힐 무렵
극장 간판엔 십자성 반짝이고
선술집에서 소변보러 나온 술꾼들이
휘청이며 어둠 속으로 들어설 때면
애수에 젖은 문희가 오늘은 또 누구를 기다리는지,

산다는 것은 잠깐이어서
철없이 자갈길 걸으며 걷어찬 적도 많고
문희처럼 사랑하고 실연도 하지만
그래요, 유행가 가사처럼
이제와 새삼 낭만에 대해 생각해 보는 것은
재개발로 곧 없어진다는 우시장
그 길 한 켠에
아주 가끔씩 올려지는 추억의 명화가
지금 상영중이거든요.
호호 여주인공요? 문희는 아니에요.




-수주문학 2호 2005-
0 Comments
제목 저자(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