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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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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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가을 0 1296
저자 : 고경숙     시집명 :
출판(발표)연도 : 2005     출판사 :
12월

고경숙


저항하고 있다
대기 깊숙이 포신을 꽂은 공장의 굴뚝
끊임없이 쏘아올리는 불발의 탄환들
그리고 그을음 가득한 하늘,
무장군은 약화되었다
추위에 보급로 끊겨 서성대는 그 불빛 너머
쓰레기 더미로 폐차 지붕위로
까맣게 고양이떼 올라앉은 도시
혈맹으로 다져진 그들에게 밤을 내주고
건물 뒤편으로 숨었던 사람들도
이미 퇴각했다
텅 비어서 꽉 찬 거리
아무도 궁금하지 않은 곳,
삐라처럼 떨어진 마른 잎들이
항복을 종용하는 거리를
누군가 걸어온다
반가운 마음에 덥썩
팔을 잡는다
주머니에서 덩굴처럼
얼굴을 타고 올라간 이어폰을
쭈욱 빼고 벙어리 장갑을 벗듯
귓때기 두 개 뜯어 넣는 사람
거대한 공장의 벽에 포신을 좌우로 돌려
차가운 언어를 뿜어대는
정체된 이 도시의 근황을
나는 밀고 한다
바이러스처럼 떠다니며
적의 귀에다......


-문학산책 2005 겨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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