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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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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0 1263
저자 : 고경숙     시집명 :
출판(발표)연도 : 2005     출판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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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씨의 고독                           

고경숙


오후엔 채광이 적어지곤 했다
이 정도 높이에서 밖을 내다본다는 것은 무모하지 하늘을
본 지도 오래됐다  한달 째 계속되는 건조주의보 때문에
여기저기가 가렵다  통로엔 나름대로
질서정연한 골바람이 불어 바람을 피해 계단을 오르려다 그만두었다
1 2 3 F 5 6 7 8 .... 숫자를 센다
방금 관리실에서 끊어진 전구를 갈았다  남자는 급한 일이 있는지
엘리베이터 버튼을 누르다말고 그냥 뛰어 내려갔다
그가 계단을 뛰어내려가는 소리가 왈츠 리듬을 탄다  비상구
계단을 타고 싸늘한 어둠이 밀려 내려온다  누군가
계단으로 뛰쳐나와 우는 소리, 나는 또 버릇처럼 숫자를 센다
1 2 3 F 5 6 7 8 ...

아까 그가 눌렀던 버튼이 이제서야 작동해 문이 열린다

나는 숫자들의 틈에 끼어 허우적댄다
눕거나 때로 물구나무를 서도 내가 이방인이란 사실은 변하지 않아
이렇게 밧줄 하나 의지해 통로를 오르내리며 가끔은
서너살 지능으로 돌아간다
계단수 만큼이나 무한으로 치닫는 고독
1 2 3 F 5 6 7 8...



-열린시학 2005 겨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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