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대높이뛰기
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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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3.26 15:05
저자 : 고경숙
시집명 :
출판(발표)연도 : 2003
출판사 :
장대높이뛰기
고 경 숙
지상에서 한 모든 약속은
이제부터 무효다
놀랍도록 반사적인 근육의 긴장도
어눌한 언어의 이완도
한때 내가 힐난했던
문식(文飾)의 숲을 떠나는 순간이다
얼굴을 실룩거리며 바람을 탄다
도약을 위해 달리는 나의 위치를 묻지 마라
오직 지상 위의 한 점, 내 심장
깊숙한 곳에 장대를 박는다
솟구치는 두 몸...
날고 싶다는 바람이 새처럼 창공을 나는 순간
장대는 내팽개쳐진다
허공 가득 몸을 뒤틀며 수축하는 장대,
약속은
때로 상대만을 위한 것일 수도 있다
지상에서 나를 지탱해 온 모든 힘이
한 곳에서 비롯되었음을
착지에 실패한 장대의 최후를 보고 알았다.
<계간 시현실 2003 겨울호>
고 경 숙
지상에서 한 모든 약속은
이제부터 무효다
놀랍도록 반사적인 근육의 긴장도
어눌한 언어의 이완도
한때 내가 힐난했던
문식(文飾)의 숲을 떠나는 순간이다
얼굴을 실룩거리며 바람을 탄다
도약을 위해 달리는 나의 위치를 묻지 마라
오직 지상 위의 한 점, 내 심장
깊숙한 곳에 장대를 박는다
솟구치는 두 몸...
날고 싶다는 바람이 새처럼 창공을 나는 순간
장대는 내팽개쳐진다
허공 가득 몸을 뒤틀며 수축하는 장대,
약속은
때로 상대만을 위한 것일 수도 있다
지상에서 나를 지탱해 온 모든 힘이
한 곳에서 비롯되었음을
착지에 실패한 장대의 최후를 보고 알았다.
<계간 시현실 2003 겨울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