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숲을 지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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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숲을 지나다

가을 0 1114
저자 : 고경숙     시집명 :
출판(발표)연도 : 2003     출판사 :
대숲을 지나다

고경숙   


떠나려거든 지니던 빗장뼈 하나 풀고 가라고
대숲에서 소리쳤다
대창처럼 날 섰던 세월들
내공으로 들어앉히고
비 한자락 뿌릴 때마다 우후우후 죽순은 혀를 내밀어
대숲은 더욱 깊어졌다
움츠린 사람들이 와서 울음울면
그들이 내려놓은 빗장뼈엔 마디가 자랐다
숭숭뚫린 구멍마다 어둠이 머물다
빈마음 추스르며 떠난 자리
대숲에 들어서면
돌아나가야 할 시간조차 수런거렸다
발치께 넘어져있던 내게
잘 사는 법은 속을 비우는 것이라고
어깨를 빌려주던 이들
대숲을 나오며 나도
피리처럼 가지런한 빗장뼈 하나 묻고왔다
자랑처럼 제끼고 다니던 내 어깨가
공손해지기 시작한 어느날, 문득 대숲을 돌아보니
떠난 이들이 심어놓은 하얀 피리들이
일제히 고운 소리로 울어대는 소리 들렸다
대숲이 자라는 소리 들렸다.



            -2003 현대시문학 겨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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