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해일지
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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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3.26 15:09
저자 : 고경숙
시집명 :
출판(발표)연도 : 2003
출판사 :
항해일지
고 경 숙
침대에 반듯하게 누워 한 마리 생선
표류 중이다
돌아누우면 사각의 접시에
하얗게 쏟아지는 비늘
모로 누운 겨드랑이 밑으로 차가운 바닷물
끊임없이 밀려왔다 빠진다
척추 깊은 곳에서
수백 개의 가시가 돋고 있다
그들은 검은 바다를 노 저어
누워있는 내 살 속에 되돌아와 촘촘히 박힌다
잰 솜씨로 살을 발라내고 싶다
슬펐던 날들이 하나 둘 별이 되어 올라가는 밤
침대에 누워 눈을 감고
누군가의 입김 기다릴 때
유리창처럼 체온은 떨어져
바람 흐느끼고,
아침은 올까
두려움보다 더 무서운 고독이
방안 가득 바닷물 출렁여 벽시계 불면이지만
떠도는 것이 시간 뿐이랴
그물추에 매달린 그리운 이름들 부르며
나도
밤새 바다에 뛰어든다
아주 낯선 경험이다.
-경기문학 2003. 봄-
고 경 숙
침대에 반듯하게 누워 한 마리 생선
표류 중이다
돌아누우면 사각의 접시에
하얗게 쏟아지는 비늘
모로 누운 겨드랑이 밑으로 차가운 바닷물
끊임없이 밀려왔다 빠진다
척추 깊은 곳에서
수백 개의 가시가 돋고 있다
그들은 검은 바다를 노 저어
누워있는 내 살 속에 되돌아와 촘촘히 박힌다
잰 솜씨로 살을 발라내고 싶다
슬펐던 날들이 하나 둘 별이 되어 올라가는 밤
침대에 누워 눈을 감고
누군가의 입김 기다릴 때
유리창처럼 체온은 떨어져
바람 흐느끼고,
아침은 올까
두려움보다 더 무서운 고독이
방안 가득 바닷물 출렁여 벽시계 불면이지만
떠도는 것이 시간 뿐이랴
그물추에 매달린 그리운 이름들 부르며
나도
밤새 바다에 뛰어든다
아주 낯선 경험이다.
-경기문학 2003. 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