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어

홈 > 시 백과 > 시인의 시
시인의 시
 
* 특정 종교나 정치.사상, 이념에 치우친 작품과 다수 회원이 삭제를 요청하는 글은 양해없이 삭제되거나 개인게시판으로 옮겨집니다.
* 저자난에는 이름만 사용해야 하며, 별명이나 아호 등을 사용해 등록자 이름과 저자(시인)의 이름이 달라지면 검색이 되지 않습니다.
* 모두를 위하여 한 번에 많은 작품을 연속해서 올리는 것은 지양하시길 부탁드립니다.
* 목록의 등록자 이름에 마우스를 놓고 클릭하시면 해당 등록자가 올린 작품을 한번에 조회할 수 있습니다. 
* 검색시에는 리스트 하단 <다음검색>버튼으로 나머지 검색 결과도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송어

가을 0 1154
저자 : 고경숙     시집명 :
출판(발표)연도 :     출판사 :
송어

                      고 경 숙


  아파치 전사처럼 붉은 띠를 두르고 나를 원할 때 간절한 산란의 욕망으로 꼬리가 잘려나간대도 두렵지 않았다  적당히 살찐 내 몸뚱이의 무게와 킬로 당 단가가 교묘히 맞아떨어졌다는 사실말고도 선택의 이유를 생각하는데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망나니보다 더 날렵한 칼날, 시뻘건 피를 도마 가득 흘리며 나를 해방시켰다  주방 한 구석 허연 회벽에 걸린 조리사 자격증 연도가 가물거렸다  평소 온순한 주인이 피를 보자 웃었다  그의 이가 형광등에 푸르게 빛났다  역모였다  구역질을 참으며 행주 움켜쥐고 나 스스로 핏자국을 닦았다  그들이 꾸덕이는 살점을 요구하기 전에,

  건너 산언덕 정선가는 길 단풍빛이 저리도 고왔었던가  양식장 수차가 돌아갈 때마다 12℃의 수온에 산소가 흠뻑 녹아들어 느긋하게 물 속을 유영하면 그는 몇 해간의 채란으로 늘어질 대로 늘어진 내 배를 쓰다듬어주곤 했다  그의 여자들은 너그러운 그런 점을 좋아했다  사랑의 감정이 더할수록 나는 그를 독점하고 싶다는 어리석은 생각을 했다

  시선 꽂은 채 순교하는 눈망울이 웃었다 아니 울었다 마지막 심문도 변론도 없었다  혓속에서 이미 이루어진 간교한 타협, 나는 비로소 자유로워졌다.



        -부천문학 39집-
0 Comments
제목 저자(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