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을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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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을 맞다

가을 0 2587
저자 : 천양희     시집명 : 목화밭 지나서 소년은 가고
출판(발표)연도 : 2005     출판사 : 현대문학
바람을 맞다

천양희


  바람이 일어선다 나무가 서 있는 곳은 초록빛 생명으로 가득차 있다 나무는 영원한 초록빛 생명이라고 누가 말했더라 숲을 뒤흔드는 바람소리 <마왕>곡 같아 오늘은 사람의 말로 저 나무들을 다 적을 것 같다 내 눈이 먼저 하늘을 올려다본다 비가 오려나 거위눈별이 물기를 머금고 있다 먼 듯 가까운 하늘도 새가 아니면 넘지 못한다 하루하루 넘어가는 것은 참으로 숭고하다 우리도 바람 속을 넘어왔다 나무에도 간격이 있고 초록빛 생명에도 얼음세포가 있다 삶은 우리의 수난 목숨에 대한 반성문을 쓴 적이 언제 였더라 우리는 왜 뒤돌아본 뒤에야 반성하는가 바람을 맞고도 눈을 감아버린 것은 잘한 일이 아니었다 가슴에 땅을 품은 여장부처럼 바람이 일어선다.


*마왕 : 슈베르트가 1815년 18살 때 괴테의 시에 곡을 붙인 연작 가곡. 이들을 안고 말을 달리는 아버지, 아버지를 위로하는 아들, 아이의 넋을 빼앗으려는 마왕, 해설자, 4명의 이야기를 1명의 독창자가 음성을 다르게 하여 극적으로 노래하는 곡.

*거위눈별 : 촉촉한 모습으로 관측될 경우 다음날 비가 온다는 별.


<'현대시학' 2006년 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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