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시대의 가장 어두운 꿈 1

홈 > 시 백과 > 시인의 시
시인의 시
 
* 특정 종교나 정치.사상, 이념에 치우친 작품과 다수 회원이 삭제를 요청하는 글은 양해없이 삭제되거나 개인게시판으로 옮겨집니다.
* 저자난에는 이름만 사용해야 하며, 별명이나 아호 등을 사용해 등록자 이름과 저자(시인)의 이름이 달라지면 검색이 되지 않습니다.
* 모두를 위하여 한 번에 많은 작품을 연속해서 올리는 것은 지양하시길 부탁드립니다.
* 목록의 등록자 이름에 마우스를 놓고 클릭하시면 해당 등록자가 올린 작품을 한번에 조회할 수 있습니다. 
* 검색시에는 리스트 하단 <다음검색>버튼으로 나머지 검색 결과도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이 시대의 가장 어두운 꿈 1

가을 1 1772
저자 : 강경화     시집명 : 늦가을 배추벌레의 노래
출판(발표)연도 : 1982     출판사 : 평민사
이 시대의 가장 어두운 꿈 1

                                        강경화
 

잠들지 마라.
캄캄한 어둠 속에서 나는 피가 소리내며 우는 것을 들었다. 밤을 이루는 것은 너의 피, 나뒹구는 돌맹이, 뿌리채 뽑힌 한 시대의 꿈.

들판에서 새들이 날아 오른다.
선명하게 지평선이 그어지고, 집들은 부질없이 모습을 갖추기 시작한다. 누군가 죽음을 보기 위해 여기로 올 게다. 이슬과 피가 마르기 전에.

아무도 간밤의 흔적을 숨길 수는 없다. 우리 모두 어둠 속에 숨어 두려움과 소문으로 일세기의 피를 이룬 것을. 낮내내 빛에 잠겨서도 우리는 잊지 못하리라.

잠들지 마라.
이 땅과 하늘을 바람으로 씻을 날을 위해. 아직은 잠들지 마라.
1 Comments
가을 2006.04.01 14:38  
무서운 꿈의 끔찍함보다 더 무서운 현실을 그로테스크한 이미지로 노래하고 있다. `캄캄한 어둠 속에서 피가 소리 내며 우는 것'으로 상징되는 그 무서운 현실이 구체적으로 어떤 것인지는 알 수 없다. 분명한 것은, 잘 알 수도 없는 어두움 속에서의 유혈 낭자한 살륙과 그에 대한 두려움과 소문이 그 현실의 실상들이다. 시인은 그것 전체를 뭉뚱 그려 `뿌리 채 뽑힌 한 시대의 꿈'이라고 말하고 있다. 그렇다면 그것은 어쩌면 저 무서운 1980년 5월 광주의 비극을 말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그 비극을 아직 직접 묘사할 수 없었던 시대에 `누군가 죽음을 보기 위해 여기로 올 게다'라는 예언자적인 상징성과 `잠들지 마라'라며 분연히 깨어 있는 목소리로 참혹한 시대를 지켜보고 있는 자의 자기 확인을 드러내고 있다는 점이 돋보이는 시이다. [해설: 박덕규]
제목 저자(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