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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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들

가을 0 1367
저자 : 김언-     시집명 :
출판(발표)연도 :     출판사 :
사건들

김언


  이 소설의 등장인물이 그들의 주요 서식지다. 사건과 사건을 연결하는 등장인물은 광대하고 모호하고 그만큼 일처리가 늦다. 기다리는 것은 사건이다.
  섣불리 움직이는 사건을 본 적도 있다. 그들이 인물을 파고드는 순서는 사건이 일어나는 순서와 무관하다. 이 소설을 보면 시간도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공간도 누군가를 향해서 뛰어들지 않는다. 누군가를 중심으로 사건은 모이지도 않는다. 고유번호처럼 인간의 본성은 여전히 암흑이다. 난장판에 가까운 그들의 서식지는 사람의 서열을 따지지 않는다.
  그들의 편찬사전엔 내 이름도 소설로 들어가 있다. 나의 인물됨됨이도 그들에게는 여전히 빈 공간으로 남아 있다. 그들이 나를 불러줄 리 없다. 내가 다가가는 방식으로 그들이 다가와서 나와 나의 친구들과 몇 안 되는 적들을 포획해간다. 하나의 사건을 위해서 우리들이 모였다.
우리들은 모여서 의논하는 버릇이 있다. 그들은 흩어지면서 빈집을 방문한다. 바로 눈앞에서 벌어지는 일들이 믿기지 않는 한 사람의 떡 벌어진 (사실은 텅 빈) 입 속으로 들어가서 소문을 퍼뜨리는 것이다. 책장을 넘기면 다음 사건들이 소문의 진위를 파고들 것이다.
종결된 사건은 더 이상 책을 만들지 못한다. 자신의 몸이 공간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이제 책을 덮고 한 권의 소설이 될 것이다. 그것은 밤하늘의 천체처럼 빛나는 궤도를 가지지 않는다. 스스로 암흑이 되어갈 뿐이다. 소문처럼 텅 빈 공간을 이 소설이 말해주고 있다. 등장인물은 거기서 넓게 발견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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