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입

홈 > 시 백과 > 시인의 시
시인의 시
 
* 특정 종교나 정치.사상, 이념에 치우친 작품과 다수 회원이 삭제를 요청하는 글은 양해없이 삭제되거나 개인게시판으로 옮겨집니다.
* 저자난에는 이름만 사용해야 하며, 별명이나 아호 등을 사용해 등록자 이름과 저자(시인)의 이름이 달라지면 검색이 되지 않습니다.
* 모두를 위하여 한 번에 많은 작품을 연속해서 올리는 것은 지양하시길 부탁드립니다.
* 목록의 등록자 이름에 마우스를 놓고 클릭하시면 해당 등록자가 올린 작품을 한번에 조회할 수 있습니다. 
* 검색시에는 리스트 하단 <다음검색>버튼으로 나머지 검색 결과도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잠입

가을 0 1137
저자 : 김언-     시집명 :
출판(발표)연도 : 2005     출판사 :
잠입

김언
 

  내륙 깊숙이 강이 들어와 허리를 튼다. 물살이 물살을 되짚으며 올라오는 곳에서 희미하게 뱀의 꼬리를 발견한다면 그곳이 발원지다. 물방울이 맨 처음 시작하는 곳. 그곳에서 비는 집중적으로 증발한다. 바늘 끝처럼 가볍고 날카롭고 닿으면 금방이라도 빗방울이 번지는 하늘을 건너간다. 가까운 바다에서 먼 바다로. 전진하는 뱀의 꼬리가 잠입하는 곳에 성장하는 구름이 있다. 구름의 이동 경로는 그러나 맑은 날씨를 향한다. 천둥 번개를 동반한 날씨가 갑자기 온순해지면 솟구치던 파도가 받아먹던 수증기 하나 하나가 물결을 이룬다. 다시 보면 파도는 역행하고 있다. 육지를 향하여 마침내 뭍으로 기어오르는 바닷물을 위하여 있는 힘껏 아가리를 벌리고 강은 기다린다. 목구멍 너머 순순히 모래를 풀어놓는 하구가 보이는가. 파도는 점점 멀어진다. 슬그머니 지도를 기어나오는 뱀 한 마리는 다음 순간에도 그 다음 순간에도 보이지 않는다. 제 꼬리를 찾아서 끝없이 똬리를 트는 바다가 흐른다. 내륙 깊숙이.

 
- <문학동네> 2005년 여름호
0 Comments
제목 저자(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