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의 탄생
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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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4.03 07:13
저자 : 김언-
시집명 : 거인
출판(발표)연도 : 2005
출판사 : 랜덤하우스중앙
돌의 탄생
김 언
돌 속에서 돌이 자란다. 그 방 안의 공기는 그 방 안의 공기를 향해서 달아난다. 바위 안의 바위가 서로를 탐내고 밀어내고 끝내는 흩어지듯이. 빈틈이라곤 전혀 없는 그 방 안에서 돌이 자란다. 벽지를 걷어내면 맨 먼저 보이는 것. 맨살로 단련된 돌의 얼굴이 맨 먼저 어루만지는 것은 순간순간 다른 사람이 되어가는 얼굴이다. 알 같은 태양이 있는가 하면 식물 같은 성장이 그들의 움직임을 더듬어간다. 윤곽을 더듬어가는 그 방 안의 공기는 그 방 안의 공기로 꽉 차 있다. 바닥에서 천장 끝까지 돌이 쌓아올린 돌의 꼭대기는 미끄럽다. 곧 붕괴하라는 지시가 있었다. 돌 속의 다른 돌들은 태어나기 직전의 그 자세를 이미 익히고 있다. 달아나기 위하여 뿌리를 갖춰가는 발가락이 벌써 보인다. 공기를 향해서.
김 언
돌 속에서 돌이 자란다. 그 방 안의 공기는 그 방 안의 공기를 향해서 달아난다. 바위 안의 바위가 서로를 탐내고 밀어내고 끝내는 흩어지듯이. 빈틈이라곤 전혀 없는 그 방 안에서 돌이 자란다. 벽지를 걷어내면 맨 먼저 보이는 것. 맨살로 단련된 돌의 얼굴이 맨 먼저 어루만지는 것은 순간순간 다른 사람이 되어가는 얼굴이다. 알 같은 태양이 있는가 하면 식물 같은 성장이 그들의 움직임을 더듬어간다. 윤곽을 더듬어가는 그 방 안의 공기는 그 방 안의 공기로 꽉 차 있다. 바닥에서 천장 끝까지 돌이 쌓아올린 돌의 꼭대기는 미끄럽다. 곧 붕괴하라는 지시가 있었다. 돌 속의 다른 돌들은 태어나기 직전의 그 자세를 이미 익히고 있다. 달아나기 위하여 뿌리를 갖춰가는 발가락이 벌써 보인다. 공기를 향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