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려진 종이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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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려진 종이컵

가을 0 1511
저자 : 문숙-     시집명 : 단추
출판(발표)연도 : 2006     출판사 : 천년의시작
버려진 종이컵

문숙
 

빈 벤치에 앉아있다
누가 저것의 속을 비우고
입술 자국만 찍고 가버린 걸까
구겨 넣은 꽁초 하나
얼룩진 몸안에 버려져 있다 

무너져버린 한 그림자를 품고
한동안 어두웠을 저것
쉽게 구겨지는 것들은
침묵만이 절절한 몸짓인 것을
돌아보면
한 사람의 여정에
스치듯 지나간 들꽃이었던 것을 

비바람이 단풍나무의
중심을 흔들며 지나간다
버릴 수 있는 것도 사랑이다
가슴에서 조용히 잎이 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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