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간 화분
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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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4.03 15:14
저자 : 문숙-
시집명 :
출판(발표)연도 :
출판사 :
금간 화분
문숙
종일 어둠을 버티고 선 골목
지하방 창틀에 금 간 질화분 하나
속을 텅 비우고 겨울을 나고 있다
누군가를 담아 키운 듯
주위에는 마른 흙이 묻었다
온 몸을 가로지른 지렁이 같은 금
어두컴컴한 지하 셋방에 웅크린 여자
한때는 올망졸망 초롱꽃 같은 새끼를 품고
젖줄을 물리며
백열등이 환한 거실을 받치고 섰던 진호엄마
강 건너 오색 불빛에 이끌려
사이키 조명을 따라돌다
끝내 집으로 돌아가는 길을 잃어버린 여자
겨울바람에 시들고 있을 아이들을 떠 올리며
문풍지처럼 울고 있다
이젠 아무도 것도 담을 수 없게 된
저 금간 화분
텅 빈 몸속으로 진눈깨비만 내린다
문숙
종일 어둠을 버티고 선 골목
지하방 창틀에 금 간 질화분 하나
속을 텅 비우고 겨울을 나고 있다
누군가를 담아 키운 듯
주위에는 마른 흙이 묻었다
온 몸을 가로지른 지렁이 같은 금
어두컴컴한 지하 셋방에 웅크린 여자
한때는 올망졸망 초롱꽃 같은 새끼를 품고
젖줄을 물리며
백열등이 환한 거실을 받치고 섰던 진호엄마
강 건너 오색 불빛에 이끌려
사이키 조명을 따라돌다
끝내 집으로 돌아가는 길을 잃어버린 여자
겨울바람에 시들고 있을 아이들을 떠 올리며
문풍지처럼 울고 있다
이젠 아무도 것도 담을 수 없게 된
저 금간 화분
텅 빈 몸속으로 진눈깨비만 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