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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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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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가을 0 1486
저자 : 문숙-     시집명 :
출판(발표)연도 :     출판사 :
결혼

문숙

 
  내 몸보다 작아진 옷을 개켜 현관 앞에 두었다. 나를 입고 버거웠을 옷. 며칠을 두고 드나들며 망설인다. 팽팽하게 조여 오던 숨막힘. 고쳐 입을 생각보다 버릴 생각이 앞선다. 내게로 오기 위해 몸통이 만들어지고 팔다리가 생겨났을 저 옷. 입었던 서로를 벗어 놓고 바라본다. 긴 골목을 돌아 나오며 서로에게 젖어든 시간. 그 냄새 짙게 배어 다른 이가 입을 수도 없는 옷. 다시 집어 들고 조이던 실밥을 뜯는다. 한 땀 한 땀으로 기워진 시간들. 세월의 갈피 속에 고이 접힌 시접을 끄집어낸다. 올이 풀리지 않을 만큼 품을 넓히고, 분리된 두 마음을 다시 포개어 박음질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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