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귀포 앞 바다의 바다색 빛깔
곽진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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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10.25 11:21
저자 : 곽진구
시집명 : 사람의 집
출판(발표)연도 : 2006년
출판사 : 비앤엠
서귀포 앞 바다의 바다색 빛깔
곽진구
남태평양으로부터 불어온 바람이
땅위의 것들은 물론이요,
바다 속의
숨겨놓은 것들까지 잔뜩 배불리 먹여 키워놓으면,
대대로 살아온 이 섬의 여자들은
금시에 그걸 알아차리고
푸른 바다의 뚜껑을 열고 깊푸른 곳까지 걸어 들어가는데,
이렇게 한번 물 속에 들기를
한 시간, 혹은 두 시간
길게는 한나절 내내 물 속에 머문 탓에
마려운 오줌을 참느라 끙끙 진땀을 빼다가,
마침내는 전복 따는 일은 제쳐두고
별 수 없이 별 수 없이 옷 입은 채로인 그대로
물위에 앉아 떼지어 풀어놓아
지금의 푸른 바다색 빛깔이 되었다고 하니,
이 얘기가 황당하기론 관광 안내인 제주사람 김씨의
별난 장난의
우스개 소리이기도 하지만,
상상력이 아주 제로인 덜떨어진 사람이 아니고선
잠수정을 타고 서귀포 앞 바다 속을 유람하는 사람이라면
그 바다 속엔
이런 얘기 하나쯤은 어디 가든 들어있을 법하단 걸,
배(舟)속의 나도
오줌을 누며 창 밖을 바라보니
그 말, 햐 알만도 하겠다
곽진구
남태평양으로부터 불어온 바람이
땅위의 것들은 물론이요,
바다 속의
숨겨놓은 것들까지 잔뜩 배불리 먹여 키워놓으면,
대대로 살아온 이 섬의 여자들은
금시에 그걸 알아차리고
푸른 바다의 뚜껑을 열고 깊푸른 곳까지 걸어 들어가는데,
이렇게 한번 물 속에 들기를
한 시간, 혹은 두 시간
길게는 한나절 내내 물 속에 머문 탓에
마려운 오줌을 참느라 끙끙 진땀을 빼다가,
마침내는 전복 따는 일은 제쳐두고
별 수 없이 별 수 없이 옷 입은 채로인 그대로
물위에 앉아 떼지어 풀어놓아
지금의 푸른 바다색 빛깔이 되었다고 하니,
이 얘기가 황당하기론 관광 안내인 제주사람 김씨의
별난 장난의
우스개 소리이기도 하지만,
상상력이 아주 제로인 덜떨어진 사람이 아니고선
잠수정을 타고 서귀포 앞 바다 속을 유람하는 사람이라면
그 바다 속엔
이런 얘기 하나쯤은 어디 가든 들어있을 법하단 걸,
배(舟)속의 나도
오줌을 누며 창 밖을 바라보니
그 말, 햐 알만도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