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픈 집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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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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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픈 집착

곽진구 0 1173
저자 : 곽진구     시집명 : 사람의 집
출판(발표)연도 : 2006년     출판사 : 비앤엠
슬픈 집착
           
                              곽진구
   
어느 날부턴가 천사처럼
슬금슬금 찾아든 착한 생각 하나와
부실한 내 몸의 병 하나가 친구가 되어
지나온 날들에 대한 인생 목록을
오목조목 따져가며 만들고 있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불쑥 찾아든 이후부터는
사람을 대할 때마다
빚진 게 없으면서 자신도 모르는 빚이 있을 거라는
막연한 생각이 절로 들고
무심히 보아온 일상의 사물조차 무심치가 않아 보여
혹여 나도 이승을 뜰 때가 되지 않았나, 않았나, 반문해보는
반백(半白)의 맹랑한 이 행동이
꼭 우스꽝스럽게만 느껴지진 않았다

이젠 이런 물음에 가까운 앞산 뒷산, 내 아버님이
내 나이쯤에 고민하고 다녔을
신성한 산정(山頂) 학교의 학생이 되어
구르는 돌 하나, 흐르는 구름 한 조각
저것들의 숨은 뜻을
새삼 헤아리며 무릎을 크게 쳐보는 거였다
인생 복전(福田)이 따로 있겠는가
이 학교에서 매일 가르치는
맑은 숲과 햇살과 바람이 익는 소리를
가슴으로 외워 듣다보니 
나도 가끔씩 구름이 피어서 진 데까지 갔다가
다시 돌아오는
반쯤은 몽상(夢想)의 무릎 제자가 되고 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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