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림, 혹은 버팀
곽진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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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10.25 11:24
저자 : 곽진구
시집명 : 사람의 집
출판(발표)연도 : 2006년
출판사 : 비앤엠
버림, 혹은 버팀
곽진구
가을이 오니
맨 먼저 가려지거나 숨겨진 곳으로부터
서걱서걱 마른 잎 소리가 났다
보던 책을 덮고 턱 괴고 앉아 있으면
지금껏 세상을 넣고 다녀도 안 아프던 눈에서
그 세상을 등짐 지고 살아도 끄덕 없던 허리에서
이 길 저 길을 마다하지 않고
그저 묵묵히 걷던 다리에서, 그 무릎에서
쓸쓸하다,
쓸쓸하다,
이런 말이 자주 들렸다
쓰러지지 않고 여기까지 온 건 천행이다,
이건 곁에서 조용히 커피를 따라주는 아내의 말
오늘은 쓸쓸하다는 말 한 마디에
온몸이 와르르 무너진다
창 너머
줄 것 다 내주고 생살이 선명히 보이는
텅 빈 들녘처럼
버림 혹은 버팀, 그런 쓸쓸함이 햇볕을 받아가며
보석처럼 반짝이는 게 보였다
곽진구
가을이 오니
맨 먼저 가려지거나 숨겨진 곳으로부터
서걱서걱 마른 잎 소리가 났다
보던 책을 덮고 턱 괴고 앉아 있으면
지금껏 세상을 넣고 다녀도 안 아프던 눈에서
그 세상을 등짐 지고 살아도 끄덕 없던 허리에서
이 길 저 길을 마다하지 않고
그저 묵묵히 걷던 다리에서, 그 무릎에서
쓸쓸하다,
쓸쓸하다,
이런 말이 자주 들렸다
쓰러지지 않고 여기까지 온 건 천행이다,
이건 곁에서 조용히 커피를 따라주는 아내의 말
오늘은 쓸쓸하다는 말 한 마디에
온몸이 와르르 무너진다
창 너머
줄 것 다 내주고 생살이 선명히 보이는
텅 빈 들녘처럼
버림 혹은 버팀, 그런 쓸쓸함이 햇볕을 받아가며
보석처럼 반짝이는 게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