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 가게 앞을 지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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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 가게 앞을 지나며

가을 0 1522
저자 : 서영미     시집명 :
출판(발표)연도 : 2003     출판사 :
1
저 불빛, 황홀한 거리를 보라
이스트의 몸에서 발광하는 구멍 난 소리들
양철 쟁반을 들썩이며
팽팽한 몸이 뛰고 있구나

거침없는 손을 놀려
수직의 창을 거슬러 올라
발열하는 여인의 몸이여

오븐의 창안으로 몸을 부풀린 너는
텍사스촌의 유리 안 같아서
상호가 박힌 비닐 안으로 포장되어 팔려 나가겠지

뜨거운 몸을 썰어 말리는 동안
시선을 벗어나지 못하는 소비자는
빵의 향기를 사고
빵 값을 지불하고


2
수평의 몸을 굽고 있구나
지불한 금액보다 더 아프게
구멍난 구멍을 메우고
주근깨 가득한 온기 없는 몸으로
건조해진 몸과 산화된 지방으로 지탱하며
너는 그렇게라도 포장되어 있지 않는다면
파산하고 말리라

유통 기한을 늘인 겉옷은 늘어져
낮은 가격으로 매겨지고
팔리지 않는 마지막 몸을 어디에서 다시 볼 수 있을까

제 값을 지불 받지 못한 외상의 여인은 듣는다
빵 틀의 온기는 사라지고
너덜거리는 빈방에서
바스러지는 이스트의 소리를

이제는 더 이상 환전이 되지 않는 빵 가게 안을 지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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