낡은 의자가 있던 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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낡은 의자가 있던 자리

가을 0 1301
저자 : 서영미     시집명 :
출판(발표)연도 : 2003     출판사 :
오래 전 그의 눈은 세상 보기를 거부했다
창고에 체증처럼 쌓인 재고품들이
산채로 곪아 가는 것을 차마 볼 수가 없었으리라

턱 높은 마루에 앉아 마당을 바라보던 의자
마지막 나사가 빠져나간
한쪽 다리를 세워 보지만
삐꺽거리는 동공으로 초점 잃은 사물들이 빠져 나간다

빛이 없는 창고 속으로
꿈의 조각들이 뒤엉켜 들어가
북새통이 되어 버린 공장 앞
빠져나간 나사 틈으로 질긴 질경이 풀이 피고 있다

낡은 폐 속은 스펀지처럼 늘어져
잡지 한 권 받아 들지 못하는 가쁜 숨으로
더는 잔소리를 늘어놓지도 혀끝을 차지도 않는다

늦은 밥상이 차려지고
그의 눈은 세상보기를 원하지 않는다
여인의 치마는 늦은 저녁보다 먼저 출렁이고
그는 자신의 거취를 옮겨
온기 없는 대들보에 독버섯들을 피워올린다

화사해져 가는 여인의 물오른 살이
성긴 빗자루를 들고 아침 해르 쓸고 들어온다
사지를 스스로 절단하고
의자는 남은 볼트를 마지막으로 퍼드덕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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