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를 부른다 -바리 연가, 또는 너무 짧은 사랑 이미지 아홉
김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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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1.19 00:34
저자 : 강은교
시집명 :
출판(발표)연도 :
출판사 :
너를 부른다
저녁마다 어둠 가에 멈춰 서서 너를 부른다
어둠이 올 때면 지붕들은 더 파리해지지
창문들은 달달 떨며 가슴을 닫기우고
천정에 달린 알전구들은 알몸을 빛내기 시작하지
너를 부른다
어디선가 걸어오는 자정과 자정 사이에서
자정과 자정 사이, 끓는 찌개 사이에서
하루치의 여행을 끝낸 신발들, 얌전히 양말을 벗고
마루 밑에서 마루를 그립게 쳐다 보고 있을 때
자물쇠들은 철컥철컥 가슴의 문을 닫고
혼자 남은 별, 문밖에서 잠기는 자물쇠 물끄러미 쳐다보고 있을 때
너를 부른다
끓는 호박과 호박 사이, 부글부글 감자와 감자 사이
손가락 살짝 데이며 그리 그립게 기다리는 것들.
사랑받으려 하지 말라, 사랑하라
내 잠들러 가면 거기까지 따라와 곁에 눕는 갈 곳 없는 그림자 하나
그동안 나는 너무 사랑받으려 하였다, 사랑하지 않았다
너를 부른다
순간의 요를 펴니 손내미는 영원의 이불
영원의 이불을 덮으니 여기의 이불, 그 옆에 또 가슴 내밀고 있는 것을
살며시 다가와 다 식은 피톨 감싸안는
지금의 팔을 보라
너를 부르고 부른다, 아직 열려 있는 길같은 문 앞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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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마다 어둠 가에 멈춰 서서 너를 부른다
어둠이 올 때면 지붕들은 더 파리해지지
창문들은 달달 떨며 가슴을 닫기우고
천정에 달린 알전구들은 알몸을 빛내기 시작하지
너를 부른다
어디선가 걸어오는 자정과 자정 사이에서
자정과 자정 사이, 끓는 찌개 사이에서
하루치의 여행을 끝낸 신발들, 얌전히 양말을 벗고
마루 밑에서 마루를 그립게 쳐다 보고 있을 때
자물쇠들은 철컥철컥 가슴의 문을 닫고
혼자 남은 별, 문밖에서 잠기는 자물쇠 물끄러미 쳐다보고 있을 때
너를 부른다
끓는 호박과 호박 사이, 부글부글 감자와 감자 사이
손가락 살짝 데이며 그리 그립게 기다리는 것들.
사랑받으려 하지 말라, 사랑하라
내 잠들러 가면 거기까지 따라와 곁에 눕는 갈 곳 없는 그림자 하나
그동안 나는 너무 사랑받으려 하였다, 사랑하지 않았다
너를 부른다
순간의 요를 펴니 손내미는 영원의 이불
영원의 이불을 덮으니 여기의 이불, 그 옆에 또 가슴 내밀고 있는 것을
살며시 다가와 다 식은 피톨 감싸안는
지금의 팔을 보라
너를 부르고 부른다, 아직 열려 있는 길같은 문 앞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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