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비애
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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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2.01 07:39
저자 : 황학주
시집명 : 상처학교
출판(발표)연도 : 2006
출판사 : 생각의나무
나의 비애
황학주
사랑보다 더 늙은
몸이라는 비애를 만지며
금곡리 저자거리의 저녁을 지나네
퇴근길에 가을비 술국을 끓이고
다방 아가씨 손톱을 깎고
수북하게 마음 안쪽을 분지르네
나의 비애로 제압해야 하는 가을이
없는 길을 끝내 가게 하면
내 사랑 감출 곳이 없네
죽산품과 젖갈류, 채소전들 사이
나는 시장에 쌓인 고향들을
하나씩 입속에 굴려보며 지나네
팔려간 고향이 되어 객지와 살고 있으니
고향을 의심하는 나는 외롭네
눈만 남은 사람처럼 마르네
2단 협립우산을 든
비애가 신문지로 싼 찐빵을 끼고
잠시 전봇대 뒤로 사라지네
모든 것의 타향 쪽으로 가지 않으면
나는 더욱 어두워질 것 같은데
한 치 앞을 모르는 상처 속에 사랑이 있으니
사랑은 끝없네
비 맞은 비애의 겨드랑이 사이
길을 찾을 수 없는 날의 저녁이
또 하나 쏜살같이 지나가네
황학주
사랑보다 더 늙은
몸이라는 비애를 만지며
금곡리 저자거리의 저녁을 지나네
퇴근길에 가을비 술국을 끓이고
다방 아가씨 손톱을 깎고
수북하게 마음 안쪽을 분지르네
나의 비애로 제압해야 하는 가을이
없는 길을 끝내 가게 하면
내 사랑 감출 곳이 없네
죽산품과 젖갈류, 채소전들 사이
나는 시장에 쌓인 고향들을
하나씩 입속에 굴려보며 지나네
팔려간 고향이 되어 객지와 살고 있으니
고향을 의심하는 나는 외롭네
눈만 남은 사람처럼 마르네
2단 협립우산을 든
비애가 신문지로 싼 찐빵을 끼고
잠시 전봇대 뒤로 사라지네
모든 것의 타향 쪽으로 가지 않으면
나는 더욱 어두워질 것 같은데
한 치 앞을 모르는 상처 속에 사랑이 있으니
사랑은 끝없네
비 맞은 비애의 겨드랑이 사이
길을 찾을 수 없는 날의 저녁이
또 하나 쏜살같이 지나가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