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관 숙박부에 빨리 말라 버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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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관 숙박부에 빨리 말라 버린

가을 0 1336
저자 : 황학주     시집명 : 상처학교
출판(발표)연도 : 2006     출판사 : 생각의나무
여관 숙박부에 빨리 말라 버린

황학주


쏘옥 불들이 꺼지듯 내 등뼈 기진한 밤에
골목 안 나뭇가지를 가까이서 너는 스치는 것 같고
아직도 옷궤짝 속에서 헌 상처를 꺼내 입는 것 같다
깨금발을 해 달을 밀어가는 밤
오래 떨어지는 한숨의 별똥 아래
나는 눈알도 무겁고 무슨 말인가 하는 진실도 무겁다
갯벌에 이마를 찍으며 조개를 캐던
너를 원했다 하나
지질지질 너의 환부가 냉장고처럼 열리는 걸
물러나면서 나는 보기만 했다
여군 하사관으로도 못 가고 유부남을 따라가지도 못한
여관 숙박부에 빨리 말라 버린 사랑같이
너의 입술을 놓친 정류장에서 급히 잃은 세상이 있네
바지락조개를 실은 경운기가 지나가는 달
祭日이 오면 달은 크고
살아볼수록 하수구 같은 가슴이 밑에서 막히고
굴러가지 않는 삶이 나를 깨우고
키스도 못해본 달에
나의 외로움은 마음을 주고 몸을 주고 말았다

살지 않았던 사람처럼 호적을 옮겨가는
사람들이 손자국을 남기는 달
등뼈 구부러질 무렵
삶의 멀미가 멀어질 것인가
문득, 경운기를 피하여 어두운 벽에 붙을 때
너의 아버지가 지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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