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눈 토끼 -강진 어둠 2
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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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7
2007.02.01 11:45
저자 : 황학주
시집명 : 상처학교
출판(발표)연도 : 2006
출판사 : 생각의나무
빨간눈 토끼
-강진 어둠 2
황학주
살구꽃 피는 해안 빠른 봄날이다
머리카락에 묻은 죽음의 기름기가
아침 손바닥에 잡히면 어디로 가야하나
삶의 마른 무쪽이 끌려들어가는 쥐구멍
줄줄이 딸린 죄의 쥐꼬리가 쏘옥 들어가 버리면
아, 그래, 내 돌 때 금반지를 쥐어들고
어머니는 왜 빨간눈 토끼처럼 부엌으로 뛰어들어갔을까
뒤를 밟아온 아버지를 졸업식장에서 보자
어머니는 왜 박수치며 빨간눈 토끼처럼 울었을까
혓바닥 위에 찢기어 짤막하게 오르내리는
가족, 이라는 아픔의 오징어를 밤새도록 씹어
씹어서 뱉지도 삼키지도 못하면
등화관제 속으로 빨간눈 토끼가 어디론가 내달리고
가족은 치마 한 장을 뒤집어쓴 지상 한 모퉁이에서 추웠다
나, 이제 살구꽃 피는 해안에 초가를 짓고
가슴 궤짝에 못을 치고 가족의 팔다리를 집어넣는다
쥐구멍에 한쪽 신발이 허겁지겁 들어가는 어둠이다
허리를 주저앉히는 폐허를 가랑이처럼 움켜쥐고서
-강진 어둠 2
황학주
살구꽃 피는 해안 빠른 봄날이다
머리카락에 묻은 죽음의 기름기가
아침 손바닥에 잡히면 어디로 가야하나
삶의 마른 무쪽이 끌려들어가는 쥐구멍
줄줄이 딸린 죄의 쥐꼬리가 쏘옥 들어가 버리면
아, 그래, 내 돌 때 금반지를 쥐어들고
어머니는 왜 빨간눈 토끼처럼 부엌으로 뛰어들어갔을까
뒤를 밟아온 아버지를 졸업식장에서 보자
어머니는 왜 박수치며 빨간눈 토끼처럼 울었을까
혓바닥 위에 찢기어 짤막하게 오르내리는
가족, 이라는 아픔의 오징어를 밤새도록 씹어
씹어서 뱉지도 삼키지도 못하면
등화관제 속으로 빨간눈 토끼가 어디론가 내달리고
가족은 치마 한 장을 뒤집어쓴 지상 한 모퉁이에서 추웠다
나, 이제 살구꽃 피는 해안에 초가를 짓고
가슴 궤짝에 못을 치고 가족의 팔다리를 집어넣는다
쥐구멍에 한쪽 신발이 허겁지겁 들어가는 어둠이다
허리를 주저앉히는 폐허를 가랑이처럼 움켜쥐고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