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구나무 주치의 -강진 어둠 1
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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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2.01 11:46
저자 : 황학주
시집명 : 상처학교
출판(발표)연도 : 2006
출판사 : 생각의나무
살구나무 주치의
-강진 어둠 1
황학주
새벽어둠이 혓바닥처럼 유리창 위로 흘러가며
안개, 집 바깥에 비옷 같은 껍데기를 씌운다
입을 대니 주전자 꼭지로 다가오는 배꼽 부근의 아픔
살밑에 길지도 않는 창자가 견디고 있다
모든 걸 시인하기만 하는
밤중 솔숲에 있는 무덤의 등이
두려움만한 고래가, 쿵 부딪치는 나의 흙벽
흙덩이 타고 내려오는 이마에 밤새 뜨거운 얼음을 묻는
두 다리 벌린 눈비 많은 오솔길을 돌아 아침이 오니
살구나무 주치의는 꽃송이 알약을 담장 끝에 매달고 있다
시간은 축 늘어진 실처럼 희고 가볍다
소나무 기둥이 박혀 있는 굽은 방 안에
맞아 죽은 마음처럼 물컹하게 잡히는 내 아랫배
흠집 같은 배꼽 안에도 들어가 정액이 시커멓게 마르고
저렇게 바삐 진 생식의 해가 묻혀 있다
집어던진 염소가 올라가 있는
돌무더기
모든 걸 귀양 보내기만 하는 마음처럼
호박구덩이 속으로 무너진다
-강진 어둠 1
황학주
새벽어둠이 혓바닥처럼 유리창 위로 흘러가며
안개, 집 바깥에 비옷 같은 껍데기를 씌운다
입을 대니 주전자 꼭지로 다가오는 배꼽 부근의 아픔
살밑에 길지도 않는 창자가 견디고 있다
모든 걸 시인하기만 하는
밤중 솔숲에 있는 무덤의 등이
두려움만한 고래가, 쿵 부딪치는 나의 흙벽
흙덩이 타고 내려오는 이마에 밤새 뜨거운 얼음을 묻는
두 다리 벌린 눈비 많은 오솔길을 돌아 아침이 오니
살구나무 주치의는 꽃송이 알약을 담장 끝에 매달고 있다
시간은 축 늘어진 실처럼 희고 가볍다
소나무 기둥이 박혀 있는 굽은 방 안에
맞아 죽은 마음처럼 물컹하게 잡히는 내 아랫배
흠집 같은 배꼽 안에도 들어가 정액이 시커멓게 마르고
저렇게 바삐 진 생식의 해가 묻혀 있다
집어던진 염소가 올라가 있는
돌무더기
모든 걸 귀양 보내기만 하는 마음처럼
호박구덩이 속으로 무너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