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구나무 주치의 -강진 어둠 1

홈 > 시 백과 > 시인의 시
시인의 시
 
* 특정 종교나 정치.사상, 이념에 치우친 작품과 다수 회원이 삭제를 요청하는 글은 양해없이 삭제되거나 개인게시판으로 옮겨집니다.
* 저자난에는 이름만 사용해야 하며, 별명이나 아호 등을 사용해 등록자 이름과 저자(시인)의 이름이 달라지면 검색이 되지 않습니다.
* 모두를 위하여 한 번에 많은 작품을 연속해서 올리는 것은 지양하시길 부탁드립니다.
* 목록의 등록자 이름에 마우스를 놓고 클릭하시면 해당 등록자가 올린 작품을 한번에 조회할 수 있습니다. 
* 검색시에는 리스트 하단 <다음검색>버튼으로 나머지 검색 결과도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살구나무 주치의 -강진 어둠 1

가을 0 1448
저자 : 황학주     시집명 : 상처학교
출판(발표)연도 : 2006     출판사 : 생각의나무
살구나무 주치의
-강진 어둠 1

황학주


새벽어둠이 혓바닥처럼 유리창 위로 흘러가며
안개, 집 바깥에 비옷 같은 껍데기를 씌운다
입을 대니 주전자 꼭지로 다가오는 배꼽 부근의 아픔
살밑에 길지도 않는 창자가 견디고 있다
모든 걸 시인하기만 하는

밤중 솔숲에 있는 무덤의 등이
두려움만한 고래가, 쿵 부딪치는 나의 흙벽
흙덩이 타고 내려오는 이마에 밤새 뜨거운 얼음을 묻는
두 다리 벌린 눈비 많은 오솔길을 돌아 아침이 오니
살구나무 주치의는 꽃송이 알약을 담장 끝에 매달고 있다
시간은 축 늘어진 실처럼 희고 가볍다

소나무 기둥이 박혀 있는 굽은 방 안에
맞아 죽은 마음처럼 물컹하게 잡히는 내 아랫배
흠집 같은 배꼽 안에도 들어가 정액이 시커멓게 마르고
저렇게 바삐 진 생식의 해가 묻혀 있다

집어던진 염소가 올라가 있는
돌무더기
모든 걸 귀양 보내기만 하는 마음처럼
호박구덩이 속으로 무너진다
0 Comments
제목 저자(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