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총의 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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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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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총의 잠

가을 0 1319
저자 : 황학주     시집명 : 상처학교
출판(발표)연도 : 2006     출판사 : 생각의나무
은총의 잠

황학주


나를 이제 이동시키는
모든 의심과 후회를 막는 내 잠, 이렇게 벌거벗는 것일까
설마, 내 것이었을까
세상 한쪽 물 바닥에 굴린 저 많은 불면들
그렇게 사랑했었을까, 사랑의 미지들
일념으로 뒹굴어 내 마음 하나 안지 못했으나
나 이제 젖은 베개 없이 누워
한 기다림 까마득하게 쉬어야겠다

잠이 가는 동안
내가 얼마간 더 나를 대면하느니
나만한 갱생은 쉽사리 나를 용서하고 말겠지만
다음번엔 나 어디서나 더 작은 사랑을 살아봐야지
하루 종일 실을 풀어 누군가의 몸을 입히는
모래톱 배면으로 젖어 들어가는 저녁의 한 10분을
절대로 놓치지 않으리
초인종소리가 길게 페인트칠처럼 긁히며 까지는
마음의 첫 방문을 영원히 기억하리라

사랑을 잃고 홀씨 같은 마음에 품은
참으로 잠은 신선하다, 당신 없는 나를 안을 수 있으니
그 잠 위에 남겨진 내 슬픔의 난장은 어쩔 수 없으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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