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 내 속옷 단추만한 사랑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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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 내 속옷 단추만한 사랑을

가을 0 2139
저자 : 황학주     시집명 : 상처학교
출판(발표)연도 : 2006     출판사 : 생각의나무
그대, 내 속옷 단추만한 사랑을

황학주


빗물로 산동네를 껴안는 영혼을 보았나
모든 목마름에 우물 대주고 가는 십자가를 보았나
아, 상처를 숯불처럼 불며 이제 다가오니
그대인 줄 알겠지만
그대라고 부르기도 부끄러운

나 때문에 처음 고독에 나들이 했고
처음 하늘의 맑은 도시락을 폈던
내 사랑
나 때문에 골고다 높은 아침에 오르고
가장 낮은 저녁에 무덤을 바른
학동 산번지

가장 쉬 더러워진 눈물을 갈대에 피운 꽃 자국을 보셨나
속옷 단추만한 뉘우침이 가슴에 솟은
사랑이라도 있는 것을 보셨나
상처를 면류관에 자수 놓으며 내 이름을 부르는
나 아주 묘연하게 그대와 살고 싶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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