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곳에서의 불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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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곳에서의 불면

가을 0 1081
저자 : 박금숙     시집명 : 하얀 그리움
출판(발표)연도 : 2005     출판사 : 책나라
낯선 곳에서의 불면

박금숙


좀체 날이 샐 것 같지 않은
어둠을 더듬어 밖을 살핀다
아직 보금자리를 찾지 못한
몇몇 갈매기들이
끼룩끼룩 설움을 토해내고 있다
십수 년 전 쓸려갔던 몹쓸 표정 하나가
파도처럼 거칠게 밀려온다
소라껍데기 이 울림 같은
행·복·하·세·요

잠은 밝은 곳으로부터 왔다가
어둠으로 사라지는 걸까
어쩌면 그도
밤을 재촉하는 냉혈동물인지도
모른다는 생각, 문득 스친다
감았다 뜨면 덧칠해지는 낯선 어둠은
궁색한 마음까지 가리지는 못한 모양이다
시계의 초침 소리가
날카로운 비명처럼 베개 위에 꽂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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