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식
장진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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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7.01 19:12
저자 : 장진숙
시집명 : 아름다운 경계
출판(발표)연도 : 2004년
출판사 : 현대시
한식
-장진숙-
나주 선산
잡풀 우거진 오솔길 지나
줄지어 오르는 비탈이 세월처럼 가파르다
아주 오래 전에 흙으로 돌아가신 진주 강씨 조상님네들
반갑다고 참꽃 흐드러지게 피워 마중하는 날
서울에서 나주만큼이나 멀고 서먹한 일가붙이들
군데군데 상석 위의 젯상이 차려지는 동안
서로의 안부로 이리저리 어지럽다
무덤 앞, 향로에 한숨처럼 향은 피어오르고
담배 한가치 불붙여 올리자
가랑잎처럼 바스락거리던 소란들이 아연
숨죽여 가라앉는다. 머리 허연 광주 당숙이
옷깃을 여미고 술잔을 올릴 때 그간의
어지러운 속사정을 묵묵히 전하느라
허공처럼 막막해지는 까칠한 얼굴들
나무라듯 등뒤 솔숲에서 문득
박새 한 마리 푸드득 솟구쳐 오르고
비탈에서 놀던 허기진 바람이
음복하러 왔는지 옷소매 자꾸
끌어당기며 보채는 한 낮
무덤자리 만큼 열린 하늘이
구름 한 점 없이 파랗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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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진숙-
나주 선산
잡풀 우거진 오솔길 지나
줄지어 오르는 비탈이 세월처럼 가파르다
아주 오래 전에 흙으로 돌아가신 진주 강씨 조상님네들
반갑다고 참꽃 흐드러지게 피워 마중하는 날
서울에서 나주만큼이나 멀고 서먹한 일가붙이들
군데군데 상석 위의 젯상이 차려지는 동안
서로의 안부로 이리저리 어지럽다
무덤 앞, 향로에 한숨처럼 향은 피어오르고
담배 한가치 불붙여 올리자
가랑잎처럼 바스락거리던 소란들이 아연
숨죽여 가라앉는다. 머리 허연 광주 당숙이
옷깃을 여미고 술잔을 올릴 때 그간의
어지러운 속사정을 묵묵히 전하느라
허공처럼 막막해지는 까칠한 얼굴들
나무라듯 등뒤 솔숲에서 문득
박새 한 마리 푸드득 솟구쳐 오르고
비탈에서 놀던 허기진 바람이
음복하러 왔는지 옷소매 자꾸
끌어당기며 보채는 한 낮
무덤자리 만큼 열린 하늘이
구름 한 점 없이 파랗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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