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타리무 두 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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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타리무 두 단

장진숙 0 1353
저자 : 장진숙     시집명 : 아름다운 경계
출판(발표)연도 : 2004년     출판사 : 현대시
알타리무 두 단
                -장진숙-


아파트 화요시장에서
알타리무 두 단 천 원에 사다가
숨죽여 벌겋게 버무리는 늦은 밤
느닷없이, 누군가의 쓰리고 아린 속앓이가
뒷덜미 잡아채는 원망으로 걸려 와르르
쏟아지는 통깨 알갱이들 맨발에
밟혀 서걱이는 신음소리 듣는다
스무 해 넘도록 지극 정성 속아 끌고 온
벼농사 고추농사 채소농사 모조리 작파해버린
옥이네 텃밭 배추들은 솎아줄 일손 잃고
에미 잃은 새끼들처럼 뒤엉켜 약골로 자라는데
다섯 식구 흔적 유령처럼 떠도는
윗방에도 아랫방에도 때마다
고소한 냄새 돌담 넘던 부엌문에도 입 다문
녹슨 자물통 무거운 심정인 듯 매달아 두고
서울 변두리 어디
가리봉동인가 개봉동인가로 떠나버린 옥이네
손바닥만한 구멍가게 열어 시든 배추 몇 단,
파 몇 단, 무 몇 개, 담배 몇 갑...
개미 쳇바퀴 돌 듯 왼 종일 맴돌고 있을까
서울 입성은 행복할까...
오죽했으면
그토록 열심이던 농사 팽개쳤을지
알타리무 두 단을 천 원에 산
무거운 마음이 맵디매운
고추 한 입 베어 문 듯
눈두덩까지 아려와서
애먼 고춧가루 더 뿌려 벌겋게
벌겋게 버무리는 밤

[이 게시물은 가을님에 의해 2007-07-02 12:32:42 시등록(없는 시 올리기)(으)로 부터 이동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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