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테세콰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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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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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테세콰이어

장진숙 0 1479
저자 : 장진숙     시집명 : 아름다운 경계
출판(발표)연도 : 2004년     출판사 : 현대시
메테세콰이어
              -장진숙-


변덕스런 달의 마음 온전히 훔치기 위해
성큼성큼 키가 자라던 그는 언제부터인가
키 작은 나무들이 건네는 싱그런 인사말조차
들을 수 없게 되어버린 후론
세상 끝자락에 나앉은 듯 등이 시리고 외로웠다
푸른 구름 속을 드나들며 애간장 녹이던
음탕한 달에게 베인 치유할 길 없는 상처로
날이 갈수록 어둡고 완고해져갔다
무에 그리 즐거운지 재잘대며 날아오르는
새들의 수다를 제 가지에 앉히기 위해
셀 수 없이 많은 화살촉들을 혼신으로
만들어 간직했지만 언제나 그는
혼자였다. 환한 대낮에도
으스름이 고집 센 그의 발치에서
성난 고슴도치처럼 웅크리고 살았다
무뚜뚝한 그의 등을 말없이 어루만지던
눈시울 붉은 석양이
벌레 한 마리 보이지 않는 적막한 그늘 아래
저녁노을 한 자락을 내려놓고 간 어느 저녁
고운 빛에 되 비친 제 모습에 소스라쳐
그 작고 귀여운 새들을 향해 한 번도
날려본 적 없는 녹슨 화살촉들을 불현듯,
하염없이 떨구기 시작했다
어느새 11월도 하순이었다
먼지 낀 세속의 옹이들을 모두 벗어버린 그가
그토록 집요하고 심술궂던 먹구름에게
빙그레 웃으며 손 내밀던 밤
부풀대로 부풀어오른 달이 호객 하는
밤거리 여자처럼 그의 목을 얼싸안았지만
끼룩이며 사라져간 쇠기러기의 안부가 궁금한
그는 왠지 야윈 성자처럼 말이 없고

[이 게시물은 가을님에 의해 2007-07-02 12:32:42 시등록(없는 시 올리기)(으)로 부터 이동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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