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 기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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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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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 기차

장진숙 1 1424
저자 : 장진숙     시집명 :
출판(발표)연도 : 2003     출판사 :
밤 기차
              -장진숙-


마늘쪽 매운 달이 비틀비틀 따라왔어
그새 어디서 거나하게 한 잔 걸쳤는지 어지러운
객차 안을 기웃거리다 눈 마주친 내게 실없이 말을 건넸지
부스럭거리며 과자 봉지 안에 숨어 키득이는 젊은 연인과
서너 살 사내아이 질긴 잠투정소리 왁자지껄
취한 사내들 억센 사투리가 불빛 속에 끓어 넘쳐
질식할 것 같은 자정너머
얼마나 고단하게 끌고 왔는지
벗어두고 잠든 옆자리 사내 낡은 구두 한 짝
한껏 입을 벌린 채 삶의 비린내 풍기며 코를 고는데
누군가 조심성 없이 볼륨 높인 휴대전화 벨 소리에 
구름 휘장 뒤로 숨어버린 마늘쪽 얄미운 달 다시 나와
톡톡 내 이마 두드리며 묻는다
오늘 너의 고통이 눈뜨고 서서 잠든 보초병 되어
칠흑의 엄동을 견디는 저 가로등만 하느냐며
웬 엄살이냐 비웃는다. 하긴, 그래.
살아온 동안 누군가의 어둠을 밝히는
등불인 적 있었는가
생각할수록 허방 딛는 회한을 딛고
덜컹이며 기차는 앞만 보고 가는데

[이 게시물은 가을님에 의해 2007-07-02 12:32:42 시등록(없는 시 올리기)(으)로 부터 이동됨]
1 Comments
나그네 2007.07.04 14:04  
고운 글 제 홈으로 가져갑니다.
http://www.poem5351.com.n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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