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과 장미의 나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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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과 장미의 나날

김수미 0 2800
저자 : 유하-     시집명 :
출판(발표)연도 :     출판사 :
이제 장미는 문을 닫았다, 나 오솔길이 끝나는 곳에서 한숨짓는다, 축제의 폭죽은 싸늘한 먼지로 사라지고 펄럭이던 혀와 술잔은 어둠의 얼룩으로 메말라 있다. 흩날리는 머리칼, 웃는 얼굴들, 마음의 은밀한 기타통을 울려대던 햇살의 관능적인 손가락, 사랑은 늘 눈빛의 과녁 옆으로 미세하게 비껴나는 나비의 움직임 같은 것이었다, 바랜 꽃잎처럼 떠나버린 여인들의 자리, 그 여백만큼 갈라진 시간의 몸살만이 빠르게 그 육체들을 추억했다, 매순간 내 피의 알코올을 모두 장미에게 쏟아부었고 그 붉은 빛의 동전에 취해, 나 주크박스처럼 끝없이 노래 불렀다, 맡겨둔 나의 넋마저 영영 싣고 가버린 빛의 노래들 난 희망을 입술에 꿀처럼 처발랐었다 벌떼의 날갯짓, 그 온갖 말들의 황홀한 소란이 끝내 침묵이란 무덤을 알아차릴 수 없도록, 그러나 이제 장미는 문을 닫았고, 늦은 욕망만이 내 몸에 대롱을 꽂는다 몇 사람은 깨진 술잔처럼 흩어졌고, 일부는 어둠 저편으로 빨려 나갔다, 오솔길 끝에서 노래 없이 난 말한다 그 열애의 지저귐, 노래의 살결을 귀 멀도록 빛나게 한 건 정적의 힘이었음을, 하여 나 지금 장미의 닫힌 문 앞에서 담담하게 입술을 닦는다 오, 희망이여, 나의 벌레여, 오늘 나는 환멸에게 인사하련다 향기의 해골에 기대어 장미는 문을 잠그고, 내 푸른 영혼도 노래를 따라 날아갔다

[이 게시물은 가을님에 의해 2007-09-07 17:12:43 시등록(없는 시 올리기)(으)로 부터 이동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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