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자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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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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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자일기

김수미 0 2608
저자 : 강은교     시집명 :
출판(발표)연도 :     출판사 :
우리는 언제나 거기서 머리를 조아리고 있었다. 혀와 혀를 불
붙게 하며 눈물로 빛과 빛을 싸우게 하며 다정한 고름 고름 속
에 오래 서 있은 허리를 무너지게 하며, 황사 날아가는 무덤 가
장자리에서.

그곳 천정은 불붙은 태양이었고 바닥은 썩은 이빨의 늪이었다.
싸우는 이마 갈피로 등뼈 갈피 갈피로 언제나 종이 울렸다 식사
시간을 알리는 종이. 언제나 종이 울렸다 황혼을 알리는 종이.언
제나 종이 울렸다 임종을 알리는 종이. 그러나 시간은 언제나 그
보다 먼저 흘러갔다. 늦은 손목 눈짓 사이에서, 번쩍이는 번쩍이
는 허리며, 황금 돛대들 사이에서 흘러가고 돌아오지 않았다.

그래 돌아오지 않았다. 누군가 굳은 피 한 점 던질 때까지, 누
군가 쓸데없는 제 죽음 하나 내버릴 때까지, 우리가 헌 그 죽음
입고 검은 종소리 한 겹 듣지 않을 때까지.

아아 돌아오지 말라 사랑하라, 그대 아버지가 그대에게 앵기는
독, 그대 나라가 그대에게 먹이는 독, 물의 독, 공기의 독, 흙의 독.

다만 우리는 머리를 조아리고 있었다 여기서. 한 고름에 다른
고름을 접붙이며 즐겁게 즐겁게, 할 일은 그뿐, 구걸하고 시들어
구걸하는 일뿐, 그러므로 결코 일어서지 않았다, 잠들지도 않은 채

[이 게시물은 가을님에 의해 2007-09-12 07:34:25 시등록(없는 시 올리기)(으)로 부터 이동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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