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저녁

홈 > 시 백과 > 시인의 시
시인의 시
 
* 특정 종교나 정치.사상, 이념에 치우친 작품과 다수 회원이 삭제를 요청하는 글은 양해없이 삭제되거나 개인게시판으로 옮겨집니다.
* 저자난에는 이름만 사용해야 하며, 별명이나 아호 등을 사용해 등록자 이름과 저자(시인)의 이름이 달라지면 검색이 되지 않습니다.
* 모두를 위하여 한 번에 많은 작품을 연속해서 올리는 것은 지양하시길 부탁드립니다.
* 목록의 등록자 이름에 마우스를 놓고 클릭하시면 해당 등록자가 올린 작품을 한번에 조회할 수 있습니다. 
* 검색시에는 리스트 하단 <다음검색>버튼으로 나머지 검색 결과도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가을 저녁

저자 : 조사익     시집명 :
출판(발표)연도 : 2007년10월     출판사 :
짐작일 뿐, 고시원 옥상에서 빛바랜 옷가지들은
빨랫줄에 매달려 알 수 없는 슬픔으로 뒤척이고
나팔꽃 색 일몰을 몸에 두른
은행나무 가지에서
꼬리 연처럼 흔들리는 이파리가
어둠 속으로 사라져간다.
짐꾼 떠난 청계천 도매상가 골목에는
어느새 불 밝히는 포장마차가 불야성으로
그들만의 또 다른 세상으로 눈을 뜨고
청계천 흐르는 물길에
가을 밤이 그림자를 띄우고 동행을 한다.

갈 빛에 물든 사과나무와 은행나무
옥잠과 유카 그리고 맥문동까지
가지마다 이파리까지 도시의 고단 함들로 뒤숭숭하다
포켓에 손을 넣고 걸어도
겨드랑이를 타고 흐르는 청계천변 밤바람이 차다.

술에 절반 사랑에 절반
취하고 즐기는 이들로 왁자지껄한
청계천에서
어깨 위에 떨어지는 시간의 조각들이
무겁게 느껴짐을 눈치 채고서야
나보다 더 궁핍한 계절을 살아가는 이들을 본다.

멀리 보이는 종묘 공원 
밤새 더욱 붉은색으로 물들겠지만
나는 그곳에 가지 않으련다
가을 어느 날
거리를 나 뒹구는 낙엽보다
더 혹독한 외로움을 또 알게 될지도 모르니까
0 Comments
제목 저자(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