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도에 내리는 비
趙司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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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10.26 14:10
저자 : 조사익
시집명 : 列島에 내리는 비
출판(발표)연도 : 2007년 6월
출판사 :
열도에서 분주한 세상을 실어 나르는 철길 위에
남쪽 끝에서 밤 내내 눈 비비며
달려온 새벽 안개가
또 어떤 창백한 얼굴을 동경에서 그릴 것인가
서울이나 동경이나
그 누가 우리 가슴에
송곳 날보다 살벌한 칼을 들이대고
두 얼굴에 흉터를 남기려 하는가
혼자일 때는 고이 시를 쓰다도
들일 땐 다시 뭉쳐서
서울에 대고 천 년 원수보다 혹독한
핏발 서린 앙갚음을 해대는 이들여여
동해를 넘나드는 바람 길 따라
하룻밤만 자고 나면
서울 거리는 열도를 닮았는데
동경도 서울처럼
거리인 채 모습대로 그냥 두었으면 좋겠다.
시부야가 명동이고
부산이 나고야이듯
닮아버린 문화 행렬은 밤낮 모르고 넘나드는데
모퉁이 가게일지라도 진열대에 앉지도 못하고
거리로 내몰린 Made in Korea
나마저도 국제도시라고 부르는 동경
경이로운 체 행동이지만
국제인 같은 의식은 본 적이 없고
생의 마지막 끄나풀 같은 가련함을 보다가도
아픔보다 여유로운 것은
차라리 나는 서울을 경배하기 때문이리라
사흘 내내 비에 젖은
열도의 복판에 서서
눈 부릅뜨고 골목까지 들여다 봐도
열도에 내리는 빗물 검은
그 위를 걷는 고단한 얼굴이 슬프다.
남쪽 끝에서 밤 내내 눈 비비며
달려온 새벽 안개가
또 어떤 창백한 얼굴을 동경에서 그릴 것인가
서울이나 동경이나
그 누가 우리 가슴에
송곳 날보다 살벌한 칼을 들이대고
두 얼굴에 흉터를 남기려 하는가
혼자일 때는 고이 시를 쓰다도
들일 땐 다시 뭉쳐서
서울에 대고 천 년 원수보다 혹독한
핏발 서린 앙갚음을 해대는 이들여여
동해를 넘나드는 바람 길 따라
하룻밤만 자고 나면
서울 거리는 열도를 닮았는데
동경도 서울처럼
거리인 채 모습대로 그냥 두었으면 좋겠다.
시부야가 명동이고
부산이 나고야이듯
닮아버린 문화 행렬은 밤낮 모르고 넘나드는데
모퉁이 가게일지라도 진열대에 앉지도 못하고
거리로 내몰린 Made in Korea
나마저도 국제도시라고 부르는 동경
경이로운 체 행동이지만
국제인 같은 의식은 본 적이 없고
생의 마지막 끄나풀 같은 가련함을 보다가도
아픔보다 여유로운 것은
차라리 나는 서울을 경배하기 때문이리라
사흘 내내 비에 젖은
열도의 복판에 서서
눈 부릅뜨고 골목까지 들여다 봐도
열도에 내리는 빗물 검은
그 위를 걷는 고단한 얼굴이 슬프다.